'상하이 스캔들' 정치권도 '들썩'

'상하이 스캔들'이 정치권까지 들썩였다. 여·야는 9일 중국 상하이(上海) 주재 외교관들이 중국인 여성 덩 모씨에게 국가기밀을 유출한 초유의 사건을 한 목소리로 성토하며 공직기강 확립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 외교라인의 기강이 해이해진 점을 질타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상하이판 마타하리 사건이라 해야 할지 추잡한 성 스캔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공직기강 해이가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상하이 스캔들은 그동안 외교관의 애국심과 정신자세에 얼마나 문제가 있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라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린 한심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의원도 "다시는 이런 국가적 망신이 없도록 조치해야한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엇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외교통상부를 난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손학규 대표는 "국가기강이 전면적으로 붕괴됐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며 "공직자의 기강이 무너지면 국민은 좌절한다"고 우려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외교의 오늘을 보여준다"며 "외교·법무부는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만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정기 상하이 총영사가 쉬쉬하고 진실을 은폐한 만큼 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이자 정보위원회 소속인 신학용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덩 모 씨가 수집한 기밀 내용을 보면 단순한 브로커가 아니라 중국 스파이일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번역오류 사건이 겹치면서 뭇매를 맞았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번역오류사건은 우리 외교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정부의 운영시스템이 무너진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위원장 남경필) 전체회의에 출석해 "'상해 총영사관 사건'과 관련,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외교통상부 장관 입장에서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숙였다.

앞서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이 중국인 여성 덩 모씨와 불륜관계를 맺고 우리 정부의 기밀을 다수 유출했다는 의혹이 8일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