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스마트폰 이용자의 상당수가 가입한 '데이터무제한서비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미국 AT&T와 버라이즌의 무제한데이터서비스 중단조치가 국내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각종 모바일 스마트기기가 급증하면서 이를 수용할 통신네트워크의 과부하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무제한요금제 폐지가 시간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지난 9일부터 개인의 추가 모바일기기사용요금제(OPMD)의 데이터 허용한도를 무제한에서 최고 2기가바이트(GB)로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KT (33,100원 ▼550 -1.63%) 역시 무제한요금제 실시 이후 소수 다량 사용자로의 데이터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아이폰 사용자의 데이터트래픽은 1년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이 최근 공개한 통신3사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총량은 2009년말 400테라바이트(TB)에서 2010년말 3000여TB로 8배가량 증가했다.
　
예상치 못한 데이터트래픽 증가로 통신사들은 계획에 없던 2.1㎓ 주파수대역 추가 확보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여당도 최근 "가계통신비 확대의 원인은 이통사들의 무제한요금제에 있으며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쳐 주목된다. 일단 출발점은 다르지만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에 공감하며 "스마트폰 요금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며 거들고 나섰다.
　
이동통신사들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내심 기대감을 내비친다. 데이터사용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무제한서비스 이용자는 600여만명에 달한다. 월 5만5000원 이상 요금제부터 데이터 이용은 모두 무제한이다. SK텔레콤은 460만명의 스마트폰 가입자 중 380만명이, KT는 400만명의 가입자 중 절반 정도가 5만5000원 이상 요금제를 택했다. 특히 최근 신규 가입자의 70~80%가 무제한요금제를 선택할 정도로 '대세'다.
　
문제는 제한조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2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먼저 약관에 명시된 데이터 제한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애초 방송통신위원회에 무제한데이터요금제 약관을 신고하면서 '트래픽이 몰려 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요금구간별 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특정 지역에서 모바일 인터넷 접속이 폭주할 경우 해당 기지국 반경에 있는 모든 이용자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과도한 트래픽 유발자의 데이터 사용에 제한을 가하는 방식이다. 아직 '제한조치'가 실행된 사례는 없지만 이 제한조치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면 무제한서비스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극단적인 경우 아예 폐지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가입자들의 극단적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신규가입자에 대해 제한조치와 같은 절충안을 내놓거나 이를 상쇄할 다른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주파수 확보와 무관하게 무제한요금제를 계속 유지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소수 이용자가 과다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데 대한 문제의식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있으니 뭔가 다른 대안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