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감독 강화, 발주처 책임 조항 마련

최근 공무원의 이권 개입으로 물의를 빚은 건설현장식당(함바집)에 대한 관리·감독이 대폭 강화된다. 건설현장식당 선정 과정에서 공무원의 알선과 청탁, 건설사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24일 최근 건설현장식당 실태조사를 토대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국토해양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계기관에 권고했다.


개선안은 건설현장식당의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감독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우선 공공사업을 시행하는 발주처가 공공 건설현장에서 도급계약시 작성하는 시방서에 건설현장식당 내용을 포함하고 발주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도록 했다.

시방서는 설계나 제조, 시공 등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사항을 기재한 문서를 말한다. 국토부의 책임감리 현장 참여자 업무지침에 현장식당 관리·감독 규정이 없어 현장식당 선정 과정에서 각종 이권 개입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발주처의 공공사업 착공신고시 ‘건설현장식당 선정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선정 계획서는 건설현장식당 선정과 관련법에 의한 영업신고 사항이 포함된 문서다. 발주처에 현장식당 설치와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의 대형 사업장 인·허가시 건설현장식당 설치 예상 사업장을 관할 세무서와 지자체 식품위생과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현장식당의 관리·감독 사각 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건설현장식당이 각종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공사업장 건설현장의 식당 선정 과정에서 공무원의 알선과 청탁 등 이권이 개입되는 것은 물론 식당이 건설사 임원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창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권익위의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실태 조사에서 건설현장식당을 실제로 이용하는 하도급업체와 현장근로자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건설사 본사에서 식당 운영권을 임의적으로 결정하는 등 선정과정이 불투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권 선정과정에서 고위공무원의 이권개입이나 대기업 임원의 비자금 관리 등 구조적 부패도 대거 확인됐다.

이밖에 건설현장 식당업체들이 탈세 등 불법영업에 따른 이윤을 건설사 리베이트로 제공하면서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원산지 미표기, 환풍기 미설치 등 식품위생관리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작 식당을 이용하는 현장근로자들은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드러났다. 작업기간이 자주 바뀌는 데다 식사대금을 하도급업체에서 지급하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을 계기로 건설현장식당 선정과정이 투명해지고 건설사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식품위생점검이 강화되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권익보호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