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신정아 가방'에 열광할까

↑사진=이명근 기자

학력위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가 자전적 에세이 '4001'에서 정·재계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신 씨가 지난 22일 소공동 롯데호텔 출판간담회 현장에 들고 나온 명품 가방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거나 추문을 일으킨 사람의 패션 스타일과 이에 대해 대중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따라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을 통칭해 이른바 '블레임 룩'이라고 한다. 블레임 룩은 2007년 이후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다.


그러나 패션업계에선 블레임 룩이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실제 매출로도 잘 이어지지 않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해당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실제 고객층은 엄연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 씨가 출판간담회에 들고 나왔던 뱀 가죽 소재의 가방은 명품 브랜드 입생로랑의 제품이다. 입생로랑의 다운타운 백으로 알려진 이 백은 대략 200만원대 후반에서 300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현재 국내엔 수입되지 않는다.

이 제품이 언론을 통해 노출된 후 입생로랑 매장에는 '신정아 백'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의 입생로랑 매장 관계자는 "현재 뱀 가죽 소재는 수입되지 않으며 대신 캥거루 가죽과 소가죽 소재 페이턴트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며 "신 씨가 든 가방모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골드와 브론즈 컬러 2가지 제품으로 나온 캥거루 소재 가방은 161만원, 블랙 색상인 소가죽 페이턴트 제품은 139만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입생로랑 관계자는 "유명인에 의해 노출된 가방의 경우 바로 구매가 일어나기 보다는 시차를 두고 구매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관심에 비해 아직까지 구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 씨의 경우처럼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는 유명 인사의 스타일이 화제로 떠오른 사례는 적지 않다.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방송인 신정환이 지난달 귀국 당시 입은 '몽클레르' 패딩 점퍼와 '디스퀘어드' 청바지도 '신정환 공항 패션'으로 불리며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사진 이명근 기자

몽클레르를 수입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측은 "몽클레르는 2년 전부터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 브랜드로 급부상한 제품이고 지난해 11월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인기가 확산되고 있던 차에 신정환씨가 착용해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가 착용한 브랜드가 관심을 받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검거 당시 입어 화제가 됐던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는 이른바 '강호순 효과'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브랜드의 관계자는 "오래 전 일이고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일이라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도 "신정아씨가 학력 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2007년 착용해 화제가 됐던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도 본 매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인터넷에서 가짜 제품이 대중적 관심 때문에 반짝 팔리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중적 관심과 해당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은 엄연히 다르고, 실제 고객층이 블레임룩을 그다지 선호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최승희 경희대 교수는 "신정아 씨에 대한 관심 때문에 그가 착용한 브랜드에까지 관심을 갖는 일종의 관음증적 '해프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실제 매출 효과로 연결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