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 "3대주주 MBC, 왜 하필 지금…"

"3대주주가 왜 하필 지금…"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MBC의 초강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주총회 전날, 그것도 3대주주인 MBC가 스카이라이프에 재송신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다.

29일 MBC는 "오는 4월13일부터 스카이라이프의 수도권 지역 HD방송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가 재송신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두 회사는 지난 2009년부터 재송신료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당초 맺은 계약은 스카이라이프가 MBC에 가입자당 월 280원을 준다는 내용.

하지만 이후 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지상파방송을 재전송하는데, 우리만 돈을 낼 순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특히 '케이블TV나 IPTV(인터넷방송)에 비해 스카이라이프가 불리하지 않도록 한다'는 최혜대우 규정이 당초 계약에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MBC는 계약대로 이행하라며 지난해 4월 법원에 사용료 지급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스카이라이프의 수도권 HD방송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

스카이라이프의 전체 가입자는 300만명. 이중 MBC가 재송신을 중단하는 수도권 지역 HD가입자는 총 73만6000명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HD채널에 한해 송출이 중단되는 것이기 때문에 화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SD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며 "시청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MBC는 스카이라이프 지분 4.3%(194만4000주)를 갖고 있는 3대 주주다. 투자한 규모는 286억원.

스카이라이프는 주요주주가 스스로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재송신료와 관련해 법원 조정이 진행 중이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재송신과 관련한 조정방안을 모색 중임에도 불구하고 MBC가 상생의 방안을 찾기보다 도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는 30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사명을 KT스카이라이프로 변경한다. 31일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5월12일 코스피 시장에도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을 앞 둔 시점에 재송신료 문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 공모가 산정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주요주주가 회사와 갈등을 겪는 것도 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스카이라이프의 승승장구가 MBC의 강경자세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매출액 4310억원, 순이익 404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 이달 23일에는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했다. 이중 HD가입자는 148만명으로 국내 유료방송 단일 플랫폼 중 가장 많다.

지난해말 케이블TV 가입자가 15년만에 처음 감소하며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스카이라이프의 성장세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도 MBC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몽룡 사장은 지난 24일 "지상파 요구대로 재송신료를 낸다면 순이익이 모두 지상파로 가는 구조"라며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KT (33,650원 ▲50 +0.15%)와의 시너지로 스카이라이프가 방송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면서 콘텐츠 공급자들의 요구수위가 더 세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