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검사비' 건드린 복지부, '행정소송' 위기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고군분투'가 잇따라 악재를 맞고 있다.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약값 부담률을 현행보다 2배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은 대상을 감기 등 경증질환으로 한정하고, 인상폭을 당초보다 낮추는 방식으로 '모면'했는데, 영상검사비 수가인하가 발목을 잡았다.

의료기기의 감가상각비를 감안해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단층촬영(PET)의 수가(검사비)를 각각 15%, 30%, 16% 인하했는데, 인하폭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병원계는 물론 학회들도 반발하고 있다.

CT와 MRI를 직접 쓰는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학술모임인 영상의학회는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갈등이 예고된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영상장비 수가인하 방안을 의결했다. 고시개정 과정을 거쳐 5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보험에 적용되는 CT 검사비는 상급종합병원 기준 10만711원에서 8만5878원, MRI는 31만2780만원에서 21만9739원, PET는 49만100원에서 41만696원이 된다. 건강검진 등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질환에서 사용할 때는 병원이 정하기 나름이다.

병원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CT와 PET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건강보험에 적용돼 이번 수가인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비급여가 많은 MRI 역시 인하폭이 30%로 커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원 1291억원과 환자부담액 387억원 등 총 1678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병원이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이번 수가인하로 서울아산병원 122억원, 서울대병원 100억원 이상, 서울성모병원 39억원, 경희대병원 25억원 등의 수익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병원급 의료기관도 연평균 4억8000만원 가량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복지부는 당초 수가를 계산할 때 정했던 장비의 내용연수(5년)와 검사건수가 일정기준을 넘었다면 수가는 인하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처음 수가를 산정할 때 5년 쓴다고 가정하고 한 것"이라며 "그 후에는 원가를 낮추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장은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해 얻은 결론에 따라 인하폭을 산정했고 업계에도 미리 충분히 고지한 만큼 문제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괄인하' 방침이 '불씨'가 됐다. 오래되고 많이 쓴 장비에 대한 검사비를 낮추는 취지라면서 인하대상에는 모든 장비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대로라면 1년 된 장비든 10년 된 장비든 똑같이 인하된다.

오주형 대한영상의학회 보험이사(경희의대)는 "검사비에는 의사 업무량과 인건비, 방사선기사 인건비, 유지보수비까지 포함되는데 단순히 검사건수와 내용연수만 갖고 일괄 인하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MRI 같은 경우 비급여 검사 규모를 임의로 과대산정해 검사건수를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건수가 많다고 결론 내려질 경우 검사비 인하가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는 "주먹구구식 수가인하는 막겠다는 게 학회 입장"이라며 "행정소송을 위해 법무법인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협회 역시 성명서에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을 위해 합리적 수준의 고통분담은 감내할 자세가 돼 있으나 원칙과 논리 없는 일방적 수가인하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채 밀실 속에서 진행한 과정상 문제를 인정하고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대부분의 검사장비들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며 "올해 중으로 개별장비 실태를 파악해 내년부터 내용연수나 검사건수에 따른 차등수가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번복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행될 경우 병원들이 손해를 메우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를 올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사의 질 역시 저하될 수 있어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