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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맘대로 주던 점수, 이제는 박자에 음량까지 따져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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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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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맨 처음에 노래방이 있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 이후 대중의 표현 욕구가 분출하던 시점이었다. 그런 욕망이 노래방을 만났다. 더구나 한국인은 본래 가무(歌舞)를 즐기는 민족이다. 노래방에선 누구나 가수였고, 누구나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꼬박 20년이 흘렀다. 노래방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왔을까.

◆한국인의 신명을 자극하라=지난 20년 노래방은 한국인 특유의 신명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91년 아싸전자가 처음 개발한 노래방 기계엔 까만 바탕에 노랫말 자막만 흘렀다. 그러다 스틸 사진이 화면에 삽입됐다. 시각을 함께 자극하면서 흥을 돋우려는 장치였다. 대용량 하드 디스크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동영상 삽입은 90년대 후반에야 가능해졌다. 요즘이야 해당 가수의 뮤직비디오도 함께 나오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사계’ 등 밋밋한 영상이 전부였다.

 노래방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91년 말 금영·TJ미디어 등 노래방 기계 전문 제조업체가 뛰어들면서다. 국내 최초로 번호 입력형 노래방 기계를 개발한 아싸전자는 후발 업체에 밀리기 시작했다. 아싸전자 김승대 부장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기계 내부에 별도의 몰딩(봉합) 처리를 하기도 했지만 당시 경영진은 관련 기술을 공유해 시장을 키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96년엔 사람 목소리를 이용한 반주기가 나왔다. 합창단의 실제 코러스를 입히자 노래가 더 화려해졌다. 금영은 이 반주기로 단숨에 시장 1위로 뛰어올랐다. 20년이 흐른 지금 노래방 시장은 금영(약 65%)과 TJ미디어(약 35%)로 양분됐다. 아싸전자는 차량용 기계만 일부 생산 중이다.

 초기 노래방 반주는 기계음이었다. 사운드가 밋밋해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고안된 기술이 실제 악기 연주를 기계에 삽입하는 것. 현재 금영·TJ미디어 양사 모두 실제 밴드 연주를 노래방 기계에 사용하고 있다. 전속 밴드가 반주 녹음을 한다. 실제 가수의 반주용 음원(MR)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MR은 키변환이나 간주 점프, 박자 변환 등 노래방 고유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계 맘대로 주던 점수, 이제는 박자에 음량까지 따져 주지요
◆박자만 잘 지켜도 100점?=노래방의 재미를 더하는 대표적인 기능은 반주기의 점수 시스템이다. 91년 초기 모델에선 음정·박자 등을 체크할 기술이 없어 점수를 임의로 부여했다. 94년 음정과 박자를 정확하게 따지는 기술이 개발됐다. 반면 노래방 이용객들이 자신의 노래 실력에 비해 점수가 형편 없이 나온다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금영 김명환 이사는 “너무 엄격하게 점수를 매겨 흥이 덜하다 반응이 많았다. 요즘엔 박자만 잘 지켜도 점수가 잘 나오는 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점수 방식은 업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금영 반주기로는 0점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10점 이하로 나올 수 없도록 설정돼 있다. 노래방 업주가 임의로 설정할 경우 50점 이하로 나오지 않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TJ미디어 반주기의 경우 음정·박자를 정확히 따지는 편이다. 거기에다 음량도 본다. 목소리를 크게 하고 음정과 박자를 지킬 경우 점수가 높게 나온다. 음정과 박자를 놓칠 때마다 점수가 깎인다. 0점도 나올 수 있다.

노래방은 또 다른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금영과 TJ미디어 모두 스마트폰용 노래방 앱을 개발해 선보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1인용 노래방이다. 금영은 오디션용 점수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전국 이용자들이 점수를 매기고, 기계적으로도 음정·박자·바이브레이션까지 정확하게 따져 점수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TJ미디어는 수출에 주력 중이다. 2007년 130억원에서 2010년 390억원으로 수출액이 늘었다. 특히 일본(270억원)의 비중이 높다. 가라오케 본고장에 한국식 노래방 문화를 수출하는 또 다른 한류인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도 노래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제 가수의 MR을 삽입한 반주기로 한국은 물론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기계 맘대로 주던 점수, 이제는 박자에 음량까지 따져 주지요
금영 박종인(53·사진) 상무는 노래방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94년부터 노래방 개발에 뛰어들어 국내 최초로 코러스 반주기를 만들었다. 십 수 년간 노래방과 더불어 살아왔고, 현재는 금영의 제품개발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신제품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박 상무는 “노래방 기계는 예술성과 과학이 결합된 첨단기술의 집약체”라고 말했다.

-노래방 기계 개발에서 가장 역점을 둔 점은.

“사람들의 흥이다. 노래방은 노래 실력을 테스트하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편하게 즐기기 위한 공간이다. 이용객들이 더 즐겁게 놀 수 있도록 기술도 진화해왔다.”

-노래방 20년에서 가장 획기적인 기술이라면.

“사람 목소리를 삽입한 것이다. 96년 출시된 코러스 반주기는 MBC합창단을 동원해 실제 사람 목소리를 코러스로 만든 것이다. 반주 사운드가 화려해진 계기가 됐다.”

-노래방 기계에 뛰어든 계기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94년에 금영으로 왔다. 처음엔 단순한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개발하면 할수록 복잡한 매커니즘이란 걸 알게 됐다. 예술성이 바탕이 돼야 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균형을 맞추어 잘 접목돼야 한다. 나름 전자기술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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