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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반 넘도록 수주 '제로' 한진중공업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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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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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0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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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실적악화에 파업몸살… 3개월 후면 일감도 '제로'

지난 3월23일 저녁 7시 부산 영도의 한 아파트. 저녁식사를 하려던 한진중공업 직원 A씨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 앞에는 직장 후배 B씨가 서 있었다. 현관을 열자 B씨 뒤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 3명이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생활관 1층에 나와 있는 캐비닛.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들의 캐비닛에 욕설이 써져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생활관 1층에 나와 있는 캐비닛.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들의 캐비닛에 욕설이 써져 있다.
이들은 A씨의 얼굴을 4차례 내리쳤다. A씨 아내와 자녀들은 예상치 못한 봉변에 비명을 질렀다. A씨는 현관 밖 엘리베이터로 끌려갔고 한동안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A씨의 회사 동료인 노조원들로 그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까지 찾아왔다. 한진중공업 (6,390원 상승10 0.2%) 노사가 정리해고를 놓고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석달 넘게 지리한 대치를 벌이는 가운데 노사간 갈등이 노노간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노조원들이 하나둘 집회현장을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다 나타난 현상이다. 선박건조로 한창 바쁠 조선소와 주변 도로는 노조 깃발과 현수막으로 이뤄진 붉은 물결이 차지, 해안가의 푸른빛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진중공업 파업 왜?=파업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개월을 넘겼다. 파업의 발단은 정리해고. 한진중공업은 생산성 하락에 따른 실적악화로 지난 연말 생산직원 400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3.3% 감소한 3조1902억원이었고 순손실은 517억45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가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경우 퇴직금과 별도로 22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협력업체 등으로의 재취업도 돕기로 했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협력업체의 일감도 늘어나 퇴직자들도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그러나 정리해고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사측은 지난달 15일 희망퇴직 미신청자 172명를 정리해고하는 한편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한진중공업은 파격적인 임단협 덕분에 매력적인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법정공휴일이 아닌 국군의날, 한글날, 식목일 등도 휴무일로 인정되고 휴무일과 주말이 겹치면 대체휴무를 실시한다. 자녀들은 물론 손자들에게도 보험혜택을 제공한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 도크 전경. 통상 도크에선 선박블록 조립작업이 이뤄지지만, 수주가 끊긴지 오래인 탓에 이곳 도크엔 바닷물이 채워져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 도크 전경. 통상 도크에선 선박블록 조립작업이 이뤄지지만, 수주가 끊긴지 오래인 탓에 이곳 도크엔 바닷물이 채워져 있다.

◇선사들 발주 끊겨=회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고비용구조 속에 중단됐던 수주가 파업까지 겹쳐 아예 끊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올 1분기에 현대중공업은 71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은 34억달러, 삼성중공업은 23억달러를 수주했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부터 현재까지 수주실적이 '제로'(0)다.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인도하는 2~3개월 뒤에는 조선소가 텅 빈다.

한진중공업은 동양 최초 LNG선(멤브레인선), 국내 최초 석유시추선 등을 잇따라 건조하며 한국 조선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해왔으나 지금은 빛바랜 기억일 뿐이다. 해양플랜트 등 신규사업 진출은 엄두도 못낸다.25만7400㎡(7만8000평) 부지의 영도조선소에 자리잡은 크레인들도 일감을 찾지 못해 작동을 멈췄다.

선박 블록 연결작업이 이뤄지는 도크 2곳도 텅 비어 있다. 인도가 임박한 탱커선 '두바이뷰티호'와 18만톤급 벌커선 1척이 안벽에 자리를 잡아 국내 최고(最古) 조선사의 자존심을 지키려 하지만 되레 안쓰러워 보인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리비아사태와 일본 강진으로 해양플랜트, LNG선 발주가 늘었다"며 "세계경제 회복에 따라 컨테이너선 수요도 급증하는 시기에 대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야 할텐데 노조측이 무조건 해고자 복직만 요구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최우영 노조사무장은 "수주 중단은 경영진의 책임에서 비롯됐는데도 애꿎은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회사 회생을 위해 정리해고 직원들을 원상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소에서 활력이 넘쳐보이는 곳은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고공시위를 벌이는 크레인 주변이다. 김 위원은 지난 1월6일, 채 지회장은 2월15일 각각 크레인에 올라갔다. 노조원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이곳을 찾아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곤 하지만 외로운 섬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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