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광화문]'인식'과의 싸움 '호텔신라 한복논란'

머니투데이
  • 오동희 바이오헬스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11.04.19 07:18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광화문]'인식'과의 싸움 '호텔신라 한복논란'
"전구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십중팔구는 이렇게 답한다. 사실과 인식의 차이를 쉽게 보여주는 질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다른 사실은 많다. 전구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1808년 프랑스 화학자인 '험프리 데이비'다. 1879년 이를 상업화한 백열전구를 발명한 사람이 에디슨이다.

인식(認識)이란 오랜 경험과 역사를 거치면서 문제를 단순화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미지다. 인식 속에는 많은 이미지가 담겨있다.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며, 어떤 것은 그 힘이 우리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강력하다.

간혹 이같은 '인식'은 사실(事實)과 다른 경우가 많고, 이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많은 증거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다수의 '인식'과 반대되는 '사실'이 나올 경우 '인식'에 의해 '사실'이 거부되기 일쑤다.

전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험프리 데이비'라는 게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축전기, 영사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1300여건의 발명을 하고 전구를 상업화한 발명왕 에디슨을 전구의 발명가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같은 소소한 인식의 오류는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인식의 오류보다 더 큰 인식의 오류가 생길 경우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결코 사실을 무기로 인식과 싸우려 들지 말라. 언제나 인식이 이기기 마련이다.'

마케팅 업계 최고 권위자인 잭 트라우트와 컨설팅 전문가 앨 리스가 1980년대에 함께 쓴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지난 30년간 마케팅계의 바이블로 통할 정도로 사람(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법을 잘 소개하고 있다. 사실이야 어떻든 대중의 '인식'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비단 마케팅에서만 통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인식이 사실을 누르는 경우는 더 없이 많다. 최근 일본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 때 방사능비가 온다며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정부 당국과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비에 포함된 방사능은 일반적인 자연 방사능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고 부모들은 불안에 떨었다.

'방사능=나쁜 것'이라는 단 하나의 '인식'이 전문가들이 제시한 모든 '사실'을 눌러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게 만들었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갈 필요가 있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돌다리를 두드리는 과정에서는 합리적 논쟁이 필요하다. '인식'이 모든 '사실'을 부정하는 장벽이 되서는 안된다.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인식'의 힘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최근 '호텔신라의 한복논란'이다. 한복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민족의 자긍심'이자 '어머니의 옷'이다.

이같은 인식은 평상시에는 우리 속에 내재돼 있다가 그 인식을 자극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속에 숨겨둔 '인식'의 강한 힘을 드러낸다. 이때는 정치인이든 일반인이든 작가든 기자든 합리적 논리보다 인식의 강한 지배를 받는다.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한복=자긍심=무시"라는 등식이 성립한 후부터는 '실제 호텔신라가 한복을 무시했는지', '이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항상 그랬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현장 직원이 당시 출입자체를 막거나 안된다고 말한 게 아니라 한복 등 롱드레스가 음식을 직접 서빙하는 과정에 불편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항변을 해도 '한복무시'라는 인식의 틀에 갇히고 만다.

한복논란이 일기 2~3일 전에도 이 호텔 뷔페에서 한복을 입고 2시간여 동안 식사를 하고 간 노부부가 있다든지, 다른 한복 착용자들이 과거에도 다수 여기서 식사를 했다는 내용들이 하나둘 취재를 통해 나오고 있지만, 인식의 벽에 막혀 '변명'으로만 치부되고 있다.

지난 2006년과 2008년 이 호텔에서 한복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패션쇼가 열렸고, 최근 이 호텔에서 열린 친척 결혼식에 이 회사의 CEO인 이부진 사장이 한복을 입고 참석한 모습이 수많은 언론에 노출됐음에도 인터넷에서 설정된 '한복무시'라는 아젠다의 덫에서 벗어나는 데는 역부족이다.

결국 호텔신라 측은 사실을 설명하기보다는 '인식'과 싸우는 무모함(?)을 포기하고 그 어떤 대응도 자제한 채 사과로만 일관하고 있다. '인식의 벽'에 가로막혀 사실을 설명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막는 것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지는 되돌아볼 일이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악재 다 반영했다…'이 신호' 나오면 증시 급반등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카카오톡에서 머니투데이 채널 추가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