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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주주권 강화, 약될까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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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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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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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현실 안주 견제, 공적 기능 강화 vs 연금 사회주의, 관치 우려

국가의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대기업의 관료화 견제, 동반성장 등 공적 기능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대기업들의 현실 안주, 공적 기능 외면 등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경제 각 분야에서 아직 '관치' 우려가 높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걱정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 현실안주로 미래 먹거리 걱정"= 26일 미래기획위 등에 따르면 연기금 역할론은 우리 대기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존 사업 아이템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안정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대기업의 실패는 곧 국가 경제의 손실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 안주의 원인을 조직의 관료화에서 찾고 있다. 1세대 기업인들이 활약하던 시절에 비해 기업의 도전 정신이 크게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2,3세 오너들의 지분율은 약해지고 전문 경영인들의 입지는 강화됐다"며 "오너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것을 원하더라도 조직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의 공적 기능도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동반성장 역시 기업들이 마지못해 따라가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철학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연기금 주주권 강화, 약될까 독될까

◇커지는 연기금, 친시장적 개입 가능=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55조원에 달한다. 이미 139개 국내 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전체 국민연금 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 324조원에서 2020년에는 924조원, 2043년에는 2500조원을 늘어날 전망이다. 주식 투자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주로서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주권 행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의 주요 연기금들은 오래전부터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연금 캘퍼스, 미 최대 사학연금인 교직원연금보험(TIAA-CREF), 네덜란드의 공무원 연금인 ABP 등은 의결권 행사는 물론, △경영자 정례 협의 △이사회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 △투자자 연대 △지배구조 펀드에 운용 위탁 △주주 소송 △입법 운동 △포커스리스트(기업지배구조 관찰리스트) 등 다양한 주주권을 모두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곽 위원장은 "'1주 1권리' 행사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이자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교과서적 원칙"이라며 "대기업의 문제를 푸는데 있어 정부의 직접 개입 보다 주주권 행사를 통한 접근이 보다 시장 친화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 연금 사회주의, 관치 우려=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도 많다. 국민연금이 공공성을 이유로 기업 경영을 좌우할 경우 '연금 사회주의'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마련이다. 선진국에 비해 '관치' 문화가 더 강한 우리 기업 환경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만 해도 정부의 물가 압박에 못 이겨 정유사들이 휘발류 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했고,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는 '초과이익공유제'가 등장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주주권 행사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들은 정부 입김에 더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선진국의 주요 연기금들처럼 기업 경영을 견제할 만큼 전문성을 갖췄느냐도 문제다. 미래기획위의 지적처럼 국민연금의 내부역량 강화나,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 개편,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 없이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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