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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텅빈 LG아트센터에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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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언주 기자
  • 2011.04.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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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으로 새롭게 태어난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300명의 관객들은 한꺼번에 입장도 못했다. 몇 명씩 순서대로 공연장 안쪽 무대 위로 올라갔다. 서재형 연출의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를 올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다.

오이디푸스가 겪게 되는 비극을 관객들이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라지만 수많은 소극장을 두고 '굳이 그곳에서 객석을 비운 채?'라는 의문이 든다.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재형 연출은 "공연장을 그대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될 건 없지만 이렇게 잘라서 쓴 이유는 직접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한 장면. ⓒLG아트센터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한 장면. ⓒLG아트센터
무대 위에서 바라본 또 하나의 무대는 시청각적으로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름 8m의 원형무대 바닥은 매우 단조로운 대신 22m 높이까지 사용한 천장에는 적갈색 문과 육면체의 스피커, 수십 개의 백열등이 걸려있다. 무대 주변에는 문과 욕조, 찌는 더위를 상징하듯 난로가 놓여있다.

발목에 밧줄이 묶인 채 등장한 오이디푸스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며 절제된 움직임을 보인다. 14명의 코러스가 직접 만들어 내는 바람소리·새소리·아기울음소리와 같은 다양한 구음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무대 한켠에선 4대의 피아노와 함께 키보드·아코디언 등 건반 악기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장엄한 울림을 발산한다.

무대 위의 모든 요소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관객에게 전달됐다. 빛·음악·노랫말·소리·동작에 절제된 현대적 감각을 입혔고 코러스를 통해 극대화 시켰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과 배우들의 대사, 심지어 관객을 등지고 내뱉는 소리마저 철저하게 계산된 울림으로 어우러졌다.

"태어나서는 안될 아이가 태어나 죽여서는 안될 사람을 죽이고 결혼해서는 안될 사람과 결혼해 낳아서는 안될 아이를 낳아 알아서는 안될 진실을 알았다." 오이디푸스를 한 문장으로 집약한 이 대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순식간에 그의 운명에 휘말리게 했다.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한 장면. 오이디푸스 역의 박해수와 이오카스테 역에 김은실. ⓒLG아트센터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한 장면. 오이디푸스 역의 박해수와 이오카스테 역에 김은실. ⓒLG아트센터
극의 막바지,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테베의 3대 왕인 라이오스의 버려진 자식이고 신탁(信託)대로 아버지인 그를 살해했으며 지금의 왕비 이오카스테가 친모임을 알게 된다. 이를 안 왕비는 목을 매 자살하고 오이디푸스 역시 자신의 눈을 찌른다. 모든 배우들이 눈 찔린 고통을 함께 표현하던 중 순식간에 천장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붉은 천과 백열등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무대를 소극장으로 만들었던 막이 열리고 1100석의 객석이 오이디푸스가 걸어갈 세상으로 펼쳐졌다. 무대와 객석이 완벽하게 도치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 장님이 되어 방랑길에 오른 그는 어떤 무대보다도 크고 긴 그 곳을 천천히 걸어 사라졌다.

이 같은 역발상이 때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크고 괴로운 운명의 굴레에서 해결점을 제시하는 건 아닐까. 서재형 연출의 이번 실험은 한국 음악극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5월1일까지며 문의는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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