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리스크 경영공시 규제 '구멍'

주요 카드사들이 리스크관리와 관련한 주요 사항을 공시하지 않아, 리스크 경영공시에 대한 감독규정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카드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가결된 안건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도 대외비로 분류해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 현대카드, 리스크관리 경영공시 소극적

19일 금융감독 당국과 여전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리스크관리와 관련한 경영공시에서 리스크관리 조직에 대해 리스크관리위원회가 10인으로 구성되며 월 1회 개최된다는 사실만을 공시하고 있다(아래 '현대카드 리스크관리 경영공시' 참조).


다른 카드사의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 내역은 물론이고 운영원칙과 활동내역, 가결내역 및 보고사항 등을 공개하고 있다.

현대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위원회 가결 건수나 구체적인 위원회 명단은 대외비라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여신전문업감독규정 등은 리스크관리 등 경영과 관련한 중요 내용에 대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공시항목과 내용에 대해서는 여신금융협회에 위탁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통일경영공시기준'에는 주요 공시 항목과 지침이 명시돼 있다. 리스크관리와 관련해서는 리스크관리 조직과 운영 등에 대해 공시하도록 돼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감독규정상 리스크 경영공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없다는 허점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 관계자는 "바젤Ⅱ의 필라3(Pillar 3)에서 리스크 관련 공시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며 "잠재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 관련 공시를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크 경영공시와 관련한)세부적인 내용은 시장규율에 맡겨져 있다"면서도 "회사별로 공시 내용을 살펴본 뒤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강화 등을)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 당국은 경영공시가 누락되거나 소홀할 경우 수정공시 내지 재공시를 요청할 수 있다.


◇ 신한카드 경영공시 모범적…"위원회 투명성, 논의과정 필요"

현대카드와 달리 신한카드는 리스크관리와 관련한 경영공시를 충실히 하고 있는 편이다.

신한카드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리스크 한도, 리스크 감내수준 설정 등의 안건을 가결했다. 결의사항이 아닌 일반 보고 건수도 16건 있었다. 각 위원의 출석률도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박상용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장이 맡고 있다. 위원회는 신호주 삼일회계법인 경영자문 위원과 민정기 신한금융지주 전무로 구성돼 있다. 신 위원은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한국산업은행 감사, 한국증권업협회 상근 부회장, 코스닥증권시장 대표이사를 지냈다.

여전사 경영공시 업무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규정 탓만 하고 있다.

김인성 여신금융협회 홍보실장은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도록 돼 있는 (공시항목) 내용 외에 개별 카드사가 공시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관리책임을 회피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업은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 차이로 인해 은행 등 다른 업권에 비해 논의가 덜 돼 온 게 사실"이라며 "카드사 리스크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한 뒤 위원회 투명성 등을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