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조 경제범죄' 부산저축銀 무더기 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120개의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4조5000여억원의 고객 예금을 불법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2조4000억원 규모의 회계분식을 저질렀고 5000억원 상당을 대주주 친인척 등에게 부당 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등 은행 임직원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임원과 공인회계사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구속 기소된 임직원은 박 회장과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이사 등 10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 등은 2006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고객 예금 4조5942억원을 120개 SPC에 불법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과정에서 1조원대의 당기순손실을 1조원대의 당기순이익으로 조작, 2조 4533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 대주주 친인척 등에게 5060억원 상당을 부당 대출한 혐의 등 총 7조6589억원 규모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상호저축은행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횡령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회장 등은 건설·선박·금융업 등의 특수목적법인(SPC) 120개를 설립, 저축은행 본연의 임무는 포기한 채 투기적 개발 사업에 참여했으며 이들 SPC사업 실패가 은행 부실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SPC가 대주주 측과는 무관한 독립된 사업체인 것처럼 위장, SPC 설립 과정에서 명의만 빌린 대표이사 등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연간 130~150억원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SPC에 돈을 쏟아 부어 직접 개발사업을 운영하면서 사업이 실패하면 예금자들이 손해를 부담하고, 사업이 성공하면 자신들이 수익을 챙겨가는 '밑져야 본전' 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진들은 은행 영업정지를 예상하고 사전에 예금을 인출하거나 재산을 은닉한 정황도 확인됐다. 박 회장은 영업정지일 며칠 전부터 자신의 처 명의 정기예금 1억7100만원을 중도 해지, 출금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회장은 또 영업정지 다음날 자신 명의 임야에 친구 명의로 1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으며 김양 부회장은 영업정지 전후로 주식 계좌에서 수억원 가량의 현금을 인출, 친인척에게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추가 수사를 통해 법인자산을 빼돌리거나 대주주·임원진의 재산은닉 행위가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과 민사상 책임보전 조치가 병행되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 은행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조원대의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을 불법대출로 확인해 상호저축은행법 위반과 특경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박 회장 등 10명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