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건설사 ABCP 4조 매입보장...부실불똥 우려

저축은행 부실의 불똥이 증권업계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실 및 유동성 압박이 증권업계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에 대한 매입 보장 약정을 통해 위험이 '전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ABCP 매입 약정을 대거 떠안고 있는 일부 중견 증권사는 ABCP 만기가 몰린 올 2분기에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ABCP에 대해 매입보장 계약을 체결한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4조93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2009년 1조6493억원에 비해 1.5배 늘었다. 2007년 기준 매입약정 잔액 609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7배나 늘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동안 은행권의 ABCP 매입 보장은 크게 줄었다. 은행의 ABCP 매입 보장 규모는 지난 2007년 4조1382억원에서 지난해 683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은행의 매입 보장이 증권업계로 그대로 옮겨진 셈이다.


ABCP는 건설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이 막히면서 건설 프로젝트를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기업어음을 말한다.
PF대출은 만기 2~3년 수준으로 건설 프로젝트와 만기가 일치하지만 ABCP는 3~6개월로 만기가 짧다. 프로젝트 개발 기한과 ABCP의 만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금융기관의 매입보장 약정이다. AB CP의 차환발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입보장을 한 금융회사가 이를 매입해주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유동성 위기에 따라 ABCP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ABCP는 차환발행이 이뤄져야 해당 부동산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지만 CP를 소화해주던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압박으로 차환발행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매입보장 약정을 맺은 증권업계에 단기 유동성 위험이 넘어갈 수 있다.

특히 2분기중 유동성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3~6개월 단기로 발행되는 특성상 ABCP의 만기는 오는 7월까지 집중돼 있다. 지난달 ABCP 만기도래분이 2조3173억원이었고 5월 4조7857억원, 6월 4조192억원이 집중돼 있다. 7월 만기도 1조8274억원으로 5~7월간 10조원의 ABCP의 만기가 도래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크지 않은 일부 중견 증권사의 경우 ABCP 만기에 따라 유동성 위험이 우려된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저축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