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감세 철회, 당내 반발에 주춤

한나라당 새 원내지도부가 추진하던 추가감세 철회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당내에서 감세 철회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세 철회를 정책으로 내세운 이주영 정책위원회 의장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추가 감세란 2012년 시행예정인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을 의미한다. 소득세의 경우 과표 8800만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현행 35%에서 32%로, 법인세의 경우 과표 2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22%에서 20%로 인하된다. 감세 철회는 말 그대로 이 같은 감세 정책을 철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세 철회가 여권 내 화제로 떠오른 것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 의장이 한나라당의 새 원내 사령탑에 오르면서다. 두 사람은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추가 감세 철회를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다.

선거 이후에도 감세 철회에 힘을 싣는 발언이 이어졌다. 황 원내대표는 9일 "젊은이들의 등록금과 육아, 주택 마련 등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추가 감세를 철회해 이에 대한 재원을 만들자는 것이 공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유일호 의원 등 당내 시장주의자들이 감세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철회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한 것. 특히 법인세 감세 철회에 대한 반발이 강했다.


전임 정책위의장인 심재철 의원은 11일 의원총회에서 "법인세가 20%로 내려간다고 해도 서울과 경쟁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높다"며 "경쟁력 차원에서 문제가 있으니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주요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법인세 추가 인하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부와 청와대 역시 감세 철회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황 원내대표와 이 의장도 '톤다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장은 의총에서 "(감세 철회는) 4·27 재보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당 정책 기조에 좀 더 충실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감세를 철회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분리해서 추진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반발이 적은 소득세 감세 철회를 우선 처리하고, 법인세 감세 철회는 시간을 갖고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법인세 인하 철회 대신 복지예산을 확보할 방안이 있을 경우, 법인세 인하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안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이 의장은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감세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서민예산 10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서민예산 10조원 마련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지 감세 철회 자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민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굳이 감세 철회가 아니어도 된다"며 "감세 철회는 일종의 화두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