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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객 잡아야 세계 잡는다" 은행들 '중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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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중국)=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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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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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강국 코리아]<5> 中 글로벌은행 '각축장'...철저한 현지화, 국내銀 승산있다

# 지난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세계무역센터 주변. 베이징 도심의 중앙 비지니스 구역(CBD)으로 불리는 상업 지구다. 대표적인 번화가답게 고층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차에서 내려 거리로 들어서니 낯익은 글자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HSBC, 씨티은행, JP모간, BNP파리바, 도이치뱅크, UBS···.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글로벌 은행들의 본점과 베이징 분행의 간판들이다. 중국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현지법인 본점, 산업은행 북경 지점도 이 곳에 있다. 세계 500대 기업 중에서도 150여 개가 여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CBD 구역은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과 기업들의 차이나러시(China rush)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통한다.

# "2023년 중국 금융산업 규모가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존 호크스워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런 전망을 내놨다. 지금껏 예상했던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 속도를 무려 20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Pwc의 전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수치를 보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10.3%. 중국 정부의 목표치(8.0%)와 전년(9.1%) 성장률을 훌쩍 뛰어 넘었다. 수출과 수입 증가율은 각각 20% 이상을 상회했다. 중국 은행산업의 성장 속도는 더 매섭다. 연 평균 성장률이 25% 이상이다.

"중국고객 잡아야 세계 잡는다" 은행들 '중국으로'

지난 해 중국 은행산업의 총자산은 14조39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9% 증가했다. 대출금과 예수금도 각각 7조6860억 달러, 11조680억 달러를 기록해 증가율이 19.7%와 19.8%였다. 전현기 중국 우리은행 현지법인 부장은 "경제성장으로 은행 부실채권 비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중국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 추세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뱅킹과 은행카드 분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인터넷 보급률과 거대 인구의 소득 증가로 사이버뱅킹과 카드 사용액은 연 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내 재테크(理財) 시장 역시 연 평균 170%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 중이다. 거액 자산가가 급증하고 있는 덕이다. 중국 재계정보 조사기관인 후룬(胡潤)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말 현재 1억 위안(167억원) 이상 중국 거부는 6만명, 1000만 위안(16억7000만원) 이상 부자는 96만 명에 달한다.

# 중국 금융시장이 글로벌 은행들의 '각축장'이 된 건 이 같은 가파른 성장 추세와 무한한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이 중국을 해외 진출의 제1타깃으로 꼽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만규 중국 우리은행 법인장은 "중국 실물 부문의 자금조달 중 은행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달한다"며 "거대 인구를 기반으로 한 소매금융은 물론 기업금융 측면에서도 중국은 반드시 선점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외자은행은 14개국 35개다. 지점 형태의 외자은행을 합하면 수가 74개에 달한다. 씨티 JP모건 모건스탠리(이상 미국), BNP파리바 소시에떼제네럴(프랑스) 스탠다드차타드(영국) 미즈호 도쿄미쯔비시 미쯔이스미토모(일본), 도이치뱅크(독일), UBS(스위스), HSBC(홍콩)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망라돼 있다.

중국 내 외자은행들이 총자산과 점포수 등 외형을 키운 건 2007년 이후의 일이다. 지난 2006년 중국 정부가 위안화업무 취급지역과 고객 제한을 없애는 등 차별 정책을 철폐하면서부터다. 외자은행들은 이때부터 위안화 소매영업이 가능한 현지법인으로 전환했다. 영업 분야도 자국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한 단순 소매 업무에서 탈피했다. 중국 개인과 기업 쪽으로 영역을 넓혔고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파생상품 쪽으로 영업 분야를 확대한 상태다.

국내 은행 중에선 우리 하나 신한 기업 외환은행(법인 설립 순) 등 5개가 현지법인을 통해 현재 영업 중이다. 국민은행도 현지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단일 국가 기준 중국 진출 은행 수론 홍콩(7개)에 이어 2번째로 많다. 산업 기업 수출입 부산 대구은행도 지점과 사무소 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있다. 국내 은행의 중국 내 점포수는 총 63개에 이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특히 현지 중국계 고객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현지화 속도가 빠르다.

"중국고객 잡아야 세계 잡는다" 은행들 '중국으로'

# 하지만 중국 내 은행산업에서 외자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형편이다. 국유 상업은행(중국 공상은행, 중국 건설은행, 중국은행, 중국농업은행, 교통은행) 5개의 시장점유율(총자산 기준)이 전체 은행의 절반 가까이(48.7%)를 차지할 정도다.

세후순이익 점유율 역시 전체 3800여개 은행 중 5대 대형은행이 57%로 절대적인 비중을 갖고 있다. 국내 은행을 비롯한 외자은행의 총자산 및 순익 점유율은 각각 1.8%, 0.9%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이 규제산업인 금융 개방 속도를 더디게 조절해 온 결과다.

중국 내 외자은행들의 경영 환경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제 과열 억제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해 10월 이후 8차례 지급준비율 인상과 4차례 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는 은행권의 신규대출도 극도로 억제되고 있다. 통화 긴축의 여파는 외자은행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준율 인상으로 대출 여력이 감소된 데다 예금 금리가 대출금리 인상폭을 상회해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긴축은 은행 대출 여력을 떨어뜨리고 예대 금리차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특히 외자은행의 경우 중국 대형은행에 비해 보통예금 규모가 적어 금리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도 외자은행들엔 넘어야 할 벽이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중국 당국이 정한 외자은행 현지법인에 대한 예대비율 규제(75%) 유예기간이 올해 만료된다. 당장 올해 말까지 예금액의 75% 내에서 대출액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김인환 중국 하나은행 법인장은 "모든 예금상품과 대출 금리가 동일한 현실에서 예대비율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예금수신을 최대한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 중국 은행산업에서 한국계 은행의 위상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영미계나 일본계 외자은행과 견줘 누릴 수 있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의 최대 강점은 단연 중국과의 문화적, 지리적, 언어적 인접성이다. 외자은행의 제1 성공 요건인 '현지화'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언어가 통하는 남미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한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이 비근한 예다. 금융상품 개발 능력과 금융서비스 수준도 중국 은행들에 비해 국내은행들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

김인환 중국 하나은행 법인장은 "외자은행 중 HSBC나 스탠다드차타드, 동아은행(홍콩) 등이 선두 그룹을 차지하고 있는 건 중국 진출 역사가 길다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인들이 사실상 자국 은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4만 여개의 한국 기업들도 국내 은행들엔 든든한 뒷배다. 유럽계 외자은행이 국내 은행을 부러워할 정도다. 김명식 산업은행 북경 지점장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아직 낙후된 중서부 지역과 중국 내수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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