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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를 느낀다면.. 당신은 투자자 아닌 도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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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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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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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공식 카지노라고 한다. 주식이란 투자라 불리는 얄팍한 가면을 쓴 도박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고공행진을 하는 금을 사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공모주에 베팅하는 투자의 장은 "와우, 럭키 세븐이네요"라는 말이 터져 나오는 카지노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주식투자란 합법적인 도박에 불과한 것일까.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위드너는 도박과 투자를 가르는 차이는 흥분감, 즉 스릴(Thrill)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이 본질적으로 도박이란 얘기는 사람들이 돈이 불어나는 방식으로 주식을 매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주식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로또의 한 종류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주식에 투자할 때 확률에 베팅한다. 카지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도박꾼처럼 투자자들은 강세장의 모멘텀을 타고 있는 '핫(hot)'한 종목을 얻으려 안간힘을 쓰다 상승 모멘텀이 약화되면 물러나 앉는다.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를 찾는 도박꾼들이 대개 돈을 따는 것은 카지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개인 투자자들 역시 주식 매매가 잔인한 게임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식 투자를 도박에 비유하는 논리에는 일정 정도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논리가 전적으로 옳은 것일까. 워런 버핏은 단지 카드게임의 하나인 '텍사스 홀덤(Texas hold'em)'의 좀 더 존경 받는 버전으로 돈을 번 것일 뿐일까.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싱글덱 블랙잭의 카드 도박사처럼 주택담보대출 증권이 몰락할 것이란 쪽에 계속해서 베팅한 것일 뿐일까.
폴슨
폴슨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투자자, 교수, 도박 중독자, 심리학자 등이 모두 다른 대답을 갖고 있다. 심지어 신경학자들은 두뇌에서 쾌감을 느끼는 기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과 투자의 차이점에 대한 서로 다른 대답들 가운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흥분, 이른바 스릴(Thrill)을 느끼려 투자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노스 텍사스 대학의 프래케시 디어리야 금융학 교수는 "도박에서는 도박 자체를 사랑하거나 도박을 통해 얻는 '스릴' 때문에 도박 행위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디어리야 교수는 도박에서 느끼는 스릴은 주식 매매에서 얻는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스릴은 그 자체로 행위의 보상이 되지만 투자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나 최소한 투자 대비 기대 수익률이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디어리야 교수는 트레이더가 매매를 해서 수익을 내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데 황홀감을 느끼거나 매매하는 자체에서 스릴을 느끼게 되면 "주식을 통해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원칙에 따라서도 주식과 도박의 차이가 달라진다. 가치 투자 블로그인 밸류슬랜트닷컴을 운영하는 엘리 로젠버그는 도박과 투자의 차이를 매수 후 보유 전략과 투기의 차이로 간주했다.

벤자민 그레이엄
벤자민 그레이엄
그는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명언 "투자란 사업과 비슷할 때 가장 성공적이며 이런 점에서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안정성의 원칙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보장 받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로젠버그는 그레이엄의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 도박으로 간주한다.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단체인 익명의 도박사(Gamblers Anonymous)에 참여하는 한 회원은 투자도 모임에서 논의되는 일반적인 주제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익명의 도박사 모임에는 강박적인 매매로 정상적인 생활이 망가져 재정적으로, 개인적으로 파멸에 가까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참여해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공유한다는 설명이다.

이 익명의 도박사 모임에는 회원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주식에 투자할 경우 최소한 18개월은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재와 옵션 거래는 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벤틀리 대학에서 엔터테인먼트 및 도박 관련법을 가르치는 교수인 스티븐 위스먼은 도박과 트레이딩의 관계가 단지 개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인터넷 도박법은 데이 트레이딩을 배제했다. 이에 대해 위스먼은 "데이 트레이딩은 주사위를 던지거나 경마에 돈을 거는 것만큼 도박의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스먼은 장기 투자와 투기적인 매매는 다르다며 투기적인 매매가 훨씬 더 도박에 가깝다고 말했다.

때로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구별하기 어렵다. 텍사스 오스틴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투자자이자 도박사인 토니 에머슨은 분석에 근거한 투자에서 시작했지만 금세 눈먼 도박이 되어 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소비자 심리란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경제가 한번 붕괴하면 한 때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투자모델과 분석 기법들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에머슨은 그러나 주식 매매와 도박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시장이 붕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의 손실과 수익은 블랙잭이나 룰렛, 포커 등에 비해 훨씬 덜 급격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도박처럼 주식 투자에서도 리스크를 더 많이 질수록 수익을 얻기 위해 더 오래 버티려는 성향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지금은 재무 설계사로 활동하는 토드 트레시더는 가장 큰 문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확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순수하게 운이 좋거나 아니면 수학적으로 항상 플러스 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황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시더는 도박꾼들 대다수는 확률을 모른 채 게임에 몰두하며 이는 결국 그들이 사랑하는 스릴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상 심리학자인 매기 베이커는 트레이더와 도박꾼 사이에는 신경의학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주식 매매를 하거나 도박을 하거나 두뇌의 쾌감 기제가 똑같이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주식 매매를 하든, 도박을 하든 두뇌의 쾌감센터는 "이제 곧 돈을 벌 일을 하게 될거야"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베이커는 이런 반응이 섹스를 기대할 때 느끼는 감정과 별 차이가 없다며 "어떤 면에서 실제 얻는 것보다 희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자극은 위험할 수 있다. 베이커는 사람의 조절 기제에서 중요한 2가지 요인, 환경과 동기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딩 플로어는 중독 증상의 행동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에서 카지노 플로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동기는 어떨까.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투자나 도박을 하는가. 스스로 권위를 얻거나 자기 존중감을 느끼기 위해 투자나 도박을 하는가.

궁극적으로 건전한 투자와 도박 사이의 차이점은 스릴과 관계가 있다. 스릴이 주식을 사고 파는 유일한 목적이 된다면 투자자는 이미 루비콘강을 넘어간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투자자가 아니라 도박꾼이다. 그들은 스릴과 아마도 돈까지 다 사라질 때까지 도박꾼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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