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신사옥 1층에 故이병철 회장 '홀로그램' 들어선 까닭

#. 중구 퇴계로 5가에 새로 지어진 CJ제일제당센터 1층 역사관(CJ 디지털 헤리티지)으로 들어서면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흉상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흉상은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만들어지는 데, 이곳에 있는 흉상은 '입체 홀로그램' 방식이다.

흉상의 주인공은 바로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 인물의 흉상을 입체 홀로그램 방식으로 구현한 것은 국내에선 첫 시도이며 해외에서도 드문 사례라는 게 CJ의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고인의 선도적인 이미지와 미래 지향적인 비전, 인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형상화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CJ 직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공식 제막식은 19일 진행됐다.


역사관에선 이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도 함께 볼 수 있다. 특히 나뭇가지 모양의 LCD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CJ가 '열매'를 맺으며 계속 자라나고 있음을 상징화한 것이다.

이처럼 범(凡)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CJ 회장이 적극적으로 '뿌리 찾기' 작업에 나서면서 그 배경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제일제당을 물려받아 199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이 회장의 '할아버지'에 대한 효심과 존경은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홀로그램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한 시점이 묘하다. 최근 이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삼성그룹과 갈등을 보인 바 있다. 삼성계열사인 삼성SDS가 갑자기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CJ 측에선 '삼성의 CJ 죽이기'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CJ가 인수전에 승리하며 다시 화해 무드가 돌고 있긴 하지만 여진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에 새로운 개념의 흉상을 세운 것은 대한통운 인수를 계기로 '제2의 도약'을 하려는 이재현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근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안주(安住)하는 분위기를 탈피해야 한다"며 강도높은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센터는 그런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인 셈이다. 이곳에는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을 비롯해 CJ푸드빌·CJ프레시웨이 등 식품 계열 3개사와 물류회사인 CJ GLS가 모였다. 이들 계열사가 한 건물에 모인 것은 CJ 역사상 처음이다.

이를 기념해 건물 지하에는 CJ의 식문화를 모두 누릴 수 있는 'CJ푸드월드'를 열었다. 밀가루·설탕 등 기초 소재식품부터 디저트까지 총 500여 개의 CJ 식제품과 17개 외식 브랜드가 망라된 종합 푸드몰이다. 벼와 콩이 자라는 실내 농장과 원재료부터 천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조리과정 시연장 등은 CJ의 '자연주의 정신'을 보여준다. 국내 식품업계에 이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중순 방한했던 '살림의 여왕' 마샤 스튜어트도 이곳에 들러 "CJ그룹의 새로운 발상이 대단하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CJ푸드월드를 총괄 기획한 노희영 CJ 브랜드 전략 고문은 "설탕과 밀가루 제조업체로 시작한 CJ가 편리하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메뉴개발 전문 연구개발(R&D)센터도 눈길을 끈다. 약2000㎡ 규모 공간에서 100여명의 연구원이 3개 식품 계열사의 모든 제품과 메뉴 개발 작업을 주도한다. 30년 경력의 한식전문 쉐프부터 양식 및 중식전문가, 바리스타, 음료전문가, 단체 급식 전문가 등 다양한 식음료부문 전문가들로 이뤄진 '드림팀'이라는 게 CJ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