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키코 사기판매 아니다"…은행 무혐의(상보)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이태성 기자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는 불공정 상품이 아니므로 은행의 사기 판매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검찰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19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당한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외환은행·신한은행 등 11개 시중은행 임직원 90여명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 차이가 평균 2.5배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행사환율 등 기업이 선택한 계약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은행이 계약체결 과정에서 속일 동기가 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키코 계약으로 은행이 수취한 마진은 0.3~0.8%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했을 때 과하지 않아 불공정 거래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이득을 얻을 확률이 현저하게 불평등하게 설계된 상품이 아닌데다 은행이 불공정한 구조의 상품을 고의로 숨겨 판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이 매월 계약에 대한 평가서를 보내 주는 등 상품에 대해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사소송은 가능할 수 있지만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으면서 상품의 구조와 설계에 관심이 없었고 금융위기 전까지 이득을 본 점, 일부 기업은 재계약을 맺은 점도 은행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결국 키코 계약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입은 피해의 원인은 은행의 사기 판매가 아니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에 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이 키코 계약의 사기 여부에 대한 형사적 판단을 내린 것은 손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키코 상품을 판 은행을 고발한 지 1년5개월만이다.

키코란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환헤지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달러 등을 팔도록 약정한 파생금융상품이다.

키코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자 중소기업들이 손해를 보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