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판매 은행 '무혐의'…쟁점별 판단은

검찰이 은행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판매를 사기 거래로 볼 수 없다고 19일 최종 결론 내렸다.


키코 상품이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은행이 상품 위험성이나 수수료 존재를 고의로 숨겼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은행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근거가 됐다.

◇키코, 불공정 계약 아니다
키코 수사의 최대 쟁점은 키코 상품이 기업에 불리한 구조로 설계됐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다. 기업 측은 은행이 콜옵션 프리미엄(가격)을 기업의 풋옵션 프리미엄보다 평균 2.5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계약을 설계하고도 풋옵션과 콜옵션의 프리미엄이 동일한 것처럼 속여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차이는 행사환율 등 기업이 선택한 계약조건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사기 행각을 벌일 동기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키코라는 상품은 풋옵션과 콜옵션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이를 분리해 가치차이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들은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으면서 상품의 구조와 설계에는 관심이 없었고, 환율에 따른 계약조건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


◇키코 판매, 기망으로 볼 수 없어
은행이 키코 상품에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기업들을 속여 계약을 유도했는 지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기업 측은 "은행이 계약 당시 키코에 대해 수수료가 필요 없는 '제로 프리미엄' 상품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키코를 통해 엄청난 마진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이 애초 콜옵션 프리미엄에 마진·신용위험비용·관리비용 등이 포함된 사실을 밝혔다면 어떤 기업도 키코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은행이 서비스의 대가로 일정 마진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고, 계약 후 콜옵션과 풋옵션의 이론가가 반영된 월말평가서를 매월 기업에 송부한 점에 비춰 기망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은행 마진, 과다하지 않다
키코 계약으로 은행이 얻은 마진은 계약금액의 0.3~0.8% 정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환전 수수료와 증권거래 수수료, 예대마진율 등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해 과다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결국 검찰은 중소기업들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입은 것이지, 은행의 사기 판매 탓에 손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들이 금융위기 전까지 키코 계약으로 이득을 봤고 일부 기업은 재계약을 맺기도 했다"며 "당시 환율급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데에 양측 모두 이론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