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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멀었다..저가매수란 말 함부로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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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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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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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증시가 급락할 때 "저가 매수하라"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원래 저가 매수란 강세장에서 쓰는 말이다. 오르는 추세에 있는 주식이 일시 하락할 때 사는 것이 저가 매수다. 이런 경우 떨어질 때 주식을 사도 곧 상승 추세를 회복할 것이므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증시의 추세 자체가 바뀐 것처럼 보일 때, 패닉성 투매가 일어나고 있을 때 저가 매수는 자칫 "떨어지는 칼"을 잡는 꼴이 된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라"는 말이 있다. 산사태가 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질 때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일단 비를 피하고 봐야 한다. 섣불리 지금이 기회라며 폭우 속을 뛰어다니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얼마 뒤 증시가 바닥 치고 상승하면 "그 때가 기회였는데 그 때 주식을 사둘 걸"이라고 후회한다. 이는 결과론적인 얘기다. 영어로 '하인드사이트(Hindsight)'라고 다 지나간 다음에 과거를 돌아보며 '그게 옳았어, 저게 틀렸어'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무의미한 얘기란 뜻이다. '백미러' 보며 훈수 둬 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투매성 패닉은 바닥 신호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악명 높았던 침체장들을 분석한 '베어마켓'이란 책을 번역한 적이 있다. 그 책은 시장이 바닥을 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조짐을 분석했는데 그 가운데 2가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첫째는 증시가 바닥을 치기 전에 구리값이 먼저 바닥을 형성하고 오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구리는 산업용 재료다. 구리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구리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기업이 생산을 늘리고 있고 결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시장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투매성 폭락이 일어난 직후에 바닥을 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뉴욕 증시에는 '커피출레이션(Capitulation)'이란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항복'이란 뜻이다. 투자자들이 급락세, 또는 곰(침체장)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하듯 주식을 내던진다는 의미다. 이 '커피출레이션'은 바닥의 신호로 여겨진다. 내던지듯 주식을 팔고 나면 더 이상 남아 있는 매물이 없다는 맥락에서 그렇다.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이상 폭락한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전형적인 '커피출레이션'의 모습이었다. 거래량이 올들어 일평균의 1.84배로 폭증하며 지난해 6월25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베어마켓’에 보면 증시 바닥은 '커피출레이션'이 나타나고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형성됐다 '커피출레이션'은 증시 바닥이 아니라 오히려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되는 징후에 가까웠다.

◆2009년 침체장 바닥은 패닉 3개월 후였다

투매성 패닉이 나타나면 투자자들은 주식이라면 진저리를 치며 증시를 떠난다. 이 결과 매도 물량이 줄면서 거래량이 감소하고 하락세도 잦아든다. 하지만 찔끔찔끔 약세가 이어지며 지지부진한 장세가 당분간 계속된다. 올랐다 떨어졌다 반복하며 약세가 지루하게 계속되면서 증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 때, '항복'이라기보다 주식에 대해 '무관심'해질 때 그 때 증시 바닥이 마련됐다.

투자 전문사이트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마크 허버트도 "4일의 증시 붕괴는 바닥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허버트도 과거 침체장을 분석해보면 시장의 하락세는 4일(아시아 증시의 5일)처럼 증시가 폭락하면서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장 가까운 2007~2009년 침체장의 바닥이었던 2009년 3월9일을 생각해보자. 1929~32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장이라 불리던 당시 패닉성 매도, 즉 커피출레이션은 여러 차례 나타났다.

하지만 증시가 결정적으로 바닥을 쳤던 날, 다우지수의 낙폭은 평범한 79.89포인트에 불과했다. 다우지수가 패닉성 매도로 지난 4일에 버금가는 폭락세를 보였던 때는 이보다 3개월 앞선 2008년 11월20일이었다. 그 때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81까지 올랐다. 지난 4일의 31 수준을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이번 증시 폭락세는 과거에 비해 VIX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 때 다우지수는 무려 22.6% 고꾸라졌다. 다우지수는 이후 이틀간 5.9%(20일)와 10.1%(21일) 반등했지만 이후 다시 약세를 보이며 진정한 저점은 6주일 후인 12월4일에나 마련됐다.

◆침체장 때 바닥에 베팅하는 2가지 방법

월가 격언 중에 "시장의 바닥에선 벨이 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증시 바닥은 4일 뉴욕 증시나 5일 아시아 증시처럼 요란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떨어지는 어느 날, 투자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다.

그렇다면 지금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저가 매수를 하겠다면 확실하게 아는 주식을 사라. 이 때 확인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확실히 낮아 저평가돼 있는가. 둘째, 경기가 최악일 때 이 회사의 순익은 얼마까지 나빠질 수 있는가. 이 2가지에서 자신이 있는 주식, 즉 더 최악이 다가와도 견딜 수 있다고 판단되는 주식을 사라.

둘째, 종목을 고를 자신은 없지만 언제가 되든 증시는 회복될 테니 이번 기회에 투자하고 싶다면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를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일정액씩 사라. 또는 매일 아니면 일주일마다 정해진 시기에 일정액씩 주식을 사라.

앞으로 당분간 증시가 계속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떨어질 때마다 혹은 일정 시기마다 주식을 사면서 부지불식간에 찾아올 바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다려라.

사실 증시 상승세의 대부분은 바닥 직후에 이뤄진다. 바닥 직후 일주일 이내에 샀느냐, 한달 이내에 샀느냐, 세달 이후에 샀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10%포인트 이상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바닥에 베팅하는 것은 도박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도박은 결국은 돈이 많은 쪽이 이길 확률이 높다. 카지노에서 도박을 계속하면 결국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은 카지노측이 자금력이 훨씬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증시가 하락할 때 바닥에 베팅하고 시장을 "저가 매수"하려면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때까지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매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럴 자신도 없고 종목 고를 자신도 없으면 일단 소나기는 피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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