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민영화? "한국공항과 통합이 먼저"

한국공기업학회는 2008년 6월 기획예산위원회(현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공공기관 기능점검 접근전략 및 모델개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공기업부문과 준정부부문으로 나눠 구조조정 방안을 다룬 내용이다.


거론된 곳에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포함돼 있었다. 보고서는 두 기관의 통합은 합리적이라고 적시했다. 정작 결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났다.

그해 말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보유한 인천공항(사진) 지분 100% 중 49%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인천공항은 최근 15%를 국민주로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항공업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오래 전부터 쌓인 불만 탓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공항 관리기관에 민간자본이 유입되면 배당을 요구하게 되는데, 인천공항 역시 (민영화되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항공사에 공항이용료를 높일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이는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인천공항이 거래소에 상장돼 49% 지분이 유통되면 '공공'의 영역에서 '주주자본주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주주자본주의는 투자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극단적인 경우 2006년 KT&G 경영권을 위협하며 주식시장에서 1500억원의 먹튀논란을 일으킨 칼 아이칸과 유사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인천공항은 정부가 지분매각 후에도 51%를 보유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5% 이상 주주가 번번이 딴지를 걸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 49%를 매각해도 51%가 여전히 정부 몫이어서 '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수익을 올리려는 49% 주주의 요구를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각종 비용 인상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선 국내 공항의 선진화 방안이라는 본래 취지로 돌아가 인천공항과 한국공항을 통합하는 게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이 통합하면 △관리조직 슬림화 △공사간 활발한 인적교류 등 효과가 예상된다고 근거를 제시한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주장은 줄곧 있었다. 99년 국민회의 소속 김홍일 의원은 공사를 통합하면 7700억원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매출 1조2860억원, 순이익 324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공항이 국회에 제출한 2009년 실적에 따르면 김포·김해·제주공항 3곳에서 1541억원의 흑자를 낸 반면 나머지 전국 11개 공항에선 480억원의 적자를 봤다. 한국공항의 경우 정치논리에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공항을 만들면서 골칫거리를 안고가는 형국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지난해말 정규직 856명에게 1인당 7788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한국공항은 1738명에게 6828만원의 보수를 줬다. 한국공항은 평균 근속연수가 17년인 데다 공항마다 필수 인력 배치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더라도 적자공항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이 연봉이 적정한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항공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두 공항공사를 통합해 슬림화한 다음 적자공항을 폐쇄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게 지방공항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부 입장에선 두 공사의 통합이 반가운 건 아니다. 자리 위협을 받게 될 공사 직원들이 반발할 것이고 인천공항 지분매각으로 돈을 벌어들이지도 못한다. 국토해양부는 이미 인천공항 지분 15% 매각대금(추정) 5909억원을 도로건설 예산에 넣었다.

인천공항 지분매각은 5909억원 세금을 걷지 않고도 도로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반면 양대 공항공사 통합은 운영비 절감을 통해 국민부담이 경감된다. 차이는 인천공항 지분매각처럼 일시적이냐 지속적이냐다. 무엇이 국민에게 이익이 될까.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008년 인천공항 지분매각 방침이 정해진 이후 (공사통합 등) 다른 방안은 논의되거나 검토되지 않았다"며 "정해진 방향에 의해 선진화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