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金 보관할 장소도 부족..보관 수수료 인상

안전자산으로 금이 인기를 끌면서 금 예탁이 늘어나자 은행들이 금을 예치할 때 부과하는 수수료를 대폭 올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금을 다루는 은행 대부분이 지난 3월 이후 금을 보관해주는 대가로 부과하는 수수료를 많게는 두 배 이상 올렸다


HSBC와 JP모간, 증권사 브링스와 비아 맷 등이 런던에 금 금고를 운영하고 인다. 영란은행은 런던에 대형 금고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각국 중앙은행에 금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과 도이체방크, UBS 등도 금 금고를 가지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귀금속 영업이사인 조나단 스폴은 "은행들이 지금까지는 보관 서비스를 하찮게 여겼지만 최근 실물 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금고 공간에도 할증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실물 금 수요는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도하고 있다. 이번주 금 ETF가 보유한 실물 금은 2300톤 가량으로 늘어나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양을 넘어섰다.


HSBC가 런던에 운영하고 있는 금 금고는 세계 최대의 금 EFT인 SPDR 골드 트러스트가 사들인 금을 보유하고 있다. JP모간은 최대의 은 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크러스트의 은 보관업체다.

최근 금 보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올린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런던에 있는 금고의 공간이 부족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금 보관 서비스에 다양한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중앙은행과 헤지펀드 같은 대형 고객들은 개인 투자자보다 대개 낮은 수수료를 적용 받는다. 수수료는 보통 금의 전체 가치 대비 연간 0.03~0.15%이다.

금 보관 수수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몇몇 은행과 보관회사들이 수수료를 올리자 인상 추이가 연쇄적으로 확산됐다.

몇몇 은행들은 최근 금 무게에 따라 부과하던 수수료를 금의 실질 가치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금값이 사상최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이는 실질적인 수수료 인상 효과를 낸다.

바클레이즈 캐피탈과 도이체방크는 런던에 있는 금 금고의 공간이 부족해지자 새로운 금 금고를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금 보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뉴욕 멜런 은행이 최근 고액 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기는커녕 돈을 받기로 한 조치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반영한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