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산만함은 과연 쓸모없는 뇌 기능일까?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천재 미술가 고흐는 열정과 광기가 그의 인생을 지배했다. 그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곤 했는데 전문가들은 고흐가 두엽 뇌전증을 알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뇌 전문가들은 고흐의 남다른 창조성이 측두엽 기능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간 <나쁜 뇌를 써라>는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쓸모없다고 여기는 이른바 '나쁜 뇌'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실수하고, 산만하고, 합리화하고, 왜곡하고, 망각하고, 감정적이고, 냉정하고, 중독되기 쉬운 이유를 알려주고 그런 '나쁜 뇌' 이면의 긍정성과 창조성을 일깨운다.

예술 및 과학 분야에 두루 걸쳐 천재로 인정받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주의력결핍 증상을 보였다. 평생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단 17점만을 완성했고,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고 그만두기로도 유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주의력결핍장애 아동을 학력부진 아동, 문제아동으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주의력결핍장애자를 새로운 측면에서 보고 있다. 주위의 사소한 것들도 지나치지 않고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 한곳에 집중할 수 없으며, 따라서 주의력 결핍이 아니라 주의력 과잉의 상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매우 재미있고 재주 있는 사람일 수 있는데, 다만 제도권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경외과의사로서 수많은 뇌졸중 환자를 만나온 저자 강동화 박사는 '행복한 뇌졸중 환자'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그는 '어떤 병도 저주스럽지만은 않다. 나쁜 뇌는 삶의 균형을 위해 꼭 필요한 뇌'라는 뜻밖의 결론에 도달한다.

이 책은 저자의 뇌 과학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으로 딱딱할 것만 같은 뇌의 기능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뇌 초보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우리 뇌가 어떻게 생겼고, 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쁜 뇌를 써라/강동화 지음/위즈덤하우스/35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