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원은 줄무늬 셔츠를 싫어해(?)"

올 여름 하나은행에서 줄무늬 셔츠가 사라졌다. 하계복장 권고문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냉방 에너지 절감을 위해 남자직원에게 반소매 셔츠와 노타이 차림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스트라이프나 체크무늬 셔츠도 사실상 금지된 것. 품위가 떨어지고 은행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은행이 본점의 층마다 붙여놓은 게시물을 보면 남자직원이 입을 수 있는 옷은 제한적이다. 검은색, 짙은 색상의 셔츠, 튀는 디자인의 스트라이프 무늬 셔츠를 비롯해 캐주얼 반팔셔츠, 타이트한 반소매셔츠 등이 피해야할 복장으로 제시됐다.

가능한 옷은 흰색이나 파스텔톤 색상 셔츠 정도다. 반소매 셔츠에는 넥타이를 해서 안되고 긴소매 드레스 셔츠는 소매를 접어입어서도 안된다.

이같은 까다로운 규정에 일부 하나은행원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행원은 "화려한 모양을 피하라고 했지만 꺼림칙해 무늬가 들어간 셔츠는 아예 입지 않는다"며 "올 여름에는 다들 똑같은 흰색 반팔셔츠를 몇 벌씩 장만해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한 신입행원은 "금요일에도 캐주얼한 옷을 못 입고 항상 단색셔츠를 입어야해 아쉽다"며 "점심시간에 티셔츠를 입는 다른 행원을 보면 시원해보이기도 하고 편해보여서 부럽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과 비교해 복장 규정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3년 전 은행권에 티셔츠 바람이 불었을 당시 하나은행은 SC제일은행 씨티은행,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함께 여름철에도 정장차림을 고수했다. 금융지주회사 중에서는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동참하지 않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계복장규정은 직원의 깔끔한 옷차림이 은행의 이미지를 만들고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권고사항일 뿐 강요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하절기 티셔츠 차림을 시행하는 곳은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두 곳이다. 두 은행은 2008년부터 2년간 착용했던 여름 셔츠를 지난해 베트남에 기증했고 올해 임직원 투표를 통해 쿨맥스 소재의 티셔츠를 새로 맞췄다. 기업은행은 연두색, 푸른색, 분홍색을 신한은행은 청색, 회색 두 가지 종류를 골라 입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