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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보이지 않는 뒷다리 잡기’, 효과적 극복법

머니위크
  •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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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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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홍찬선 특파원의 China Report<4>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비행기로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1년에 왕래하는 사람이 600만명을 넘고, 교역량도 2000억달러를 초과했다. 5000년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1948년부터 1992년까지 국교가 단절돼 있던 44년 동안, 매우 멀어졌다. 아직도 생각과 체제에서는 좁혀야 할 게 많다. 차이나 리프트는 홍찬선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이 2주에 한번씩, 먼 중국을 가깝게, 가까운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중국의 ‘보이지 않는 뒷다리 잡기’, 효과적 극복법
“한국 기업에 대한 눈길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예전에는 중국에 투자하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했는데 요즘은 잘 나가는 한국 기업들의 뒷다리 잡기가 잦아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중국의 관영 CCTV는 지난 3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금호타이어가 불량재료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금호타이어는 일정기간 동안 수출과 중국 내수용 타이어 생산이 중단됐다. 조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미 중국시장 1위 자리가 흔들릴 정도로 타격은 심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와 규제는 환경 소방 안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법규를 내세운 ‘보이지 않는 뒷다리 잡기’가 급속히 많아지고 있다는 게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들의 지적이다.



◆한국 기업엔 ‘법대로 벌금’, 중국 기업엔 ‘관례대로 눈감아’

지난 8월10일 오후4시(베이징 시간). 베이징징지지수카이파취(北京經濟技術開發區)에선 폭염 속에서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다. 주제는 ‘중국에서 기업하며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중국의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법’이었다.

이규형 주중한국대사와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이 만난 이 토론 자리에서 박범홍 STS전자부품 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베이징(北京)시에서 요구하는 환경 소방 안전 기준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기준을 높이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강화된 잣대를 들이대고 맞추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정됐으면 한다.”

이규형 대사가 말을 받았다. “중국의 투자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외국인 투자기업이라면 가리지 않고 환영했지만 지금은 첨단기술이 아니면 사양하는 상황이다.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거나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바뀐 중국의 태도를 충분히 연구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박 사장의 발언 취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김선경 롯데포장(베이징) 사장이 거들었다. “한국 기업은 환경 소방 안전 등에 대해 중국 기업에 비해 훨씬 잘 돼 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한국 기업을 적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조사 나온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느닷없이 와서 꼬치꼬치, 구석구석까지 조사한 뒤 벌금을 물린다. 문제가 있으면 먼저 경고와 계도를 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을 때 벌금을 부과한다면 할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없다…”

오천수 중국한국상회 부회장도 나섰다. “장쑤(江蘇)성에 진출한 몇몇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전기를 끊어 큰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었다. 한국 투자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주중한국대사관에 제출해서 정부와 기업들이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협의회를 만들어보겠다.”

◆중국 규제강화는 대세, 먼저 변해야 산다

진봉두 중국동진세미콘은 이에 대해 약간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롯데식품 공장을 견학해보니 아주 깨끗하게 정리 정돈돼 있어 강화된 환경 소방 안전 기준에 지적당할 일이 없을 것 같다. 화학회사인 동진세미콘도 반성하고 스스로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겠다…”.

이종귀 롯데(중국)식품 사장도 이에 동조했다. “중국, 특히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을 전후해서 환경과 소방 등에 대한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기업하려면 앞으로 강화된 기준을 먼저 충족해 지적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가 입주기업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도 적지 않다. 1년에 한번 보일러를 정비해야 하는데, 노동절 연휴 기간 동안에 점검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다른 하소연을 풀어놓았다. “식품회사는 원료 수입이 많은데 원료의 유통유효기간이 짧아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 유통유효기간이 6개월인 원료의 경우 주문해서 납품 받는데 한달 정도가 걸리고 통관과 품질검사에 20일 정도 소요된다.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식품원료이기 때문에 품질검사를 면밀히 해야 한다. 다만 처음으로 수입하는 원료에 대해선 엄격히 조사하되 합격해서 다시 수입하는 원료에 대해선 간이조사를 하고 6개월~1년마다 정밀조사를 해주면 좋겠다. 한국 식약청에서도 그렇게 간이검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영섭 주중한국대사관 식약관은 이에 대해 “중국에선 아직 간이검사에 대한 제도와 규정이 없어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 식품업체들도 이와 똑같은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 제도를 설명하면 납득해서 개선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정밀검사에서 합격했던 시계열자료를 보내주면 중국 당국과 협의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광둥성을 5일간 시찰한 이유

삼복더위도 아랑곳없이 열띤 토론이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규형 대사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조만간 베이징 시장을 만날 예정이며 9월 중하순에는 중국해관총서와 함께 통관 및 세금문제와 관련해 협의할 계획이다.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정리해서 알려주면 해결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는 베이징 셔우두(首都)국제공항에서 동남쪽으로 4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따싱취(大興區)에 1992년부터 건설되고 있는 개발구. 1994년 8월25일 국무원으로부터 국가경제기술개발구로 승인받았다. 면적은 46.8㎢, 인구는 70만명 규모. 고부가가치 신기술과 첨단기술 산업단지로 육성 중이다. 현재까지 387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외국기업 투자액은 251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15~20개. 하이닉스의 디스플레이 자회사였던 하이딕스가 중국의 BOE에게 넘어가면서 납품하기 위해 함께 진출한 회사가 상당수다. 하지만 이곳 한국 기업들은 이규형 대사 간담회를 계기로 처음 모였다. 그동안 환경 소방 안전 문제로 벌금을 맞으면 개별적으로 개발구 담당자를 찾아가 벌금 대신 지도로 바꿔주면 개선하겠다거나 벌금을 깎도록 노력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지난 8월11일부터 15일까지 5일 동안, 이례적으로 장기간 광둥(廣東)성을 시찰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선두주자로 대표적 공업단지인 이곳을 다니면서 과학적 발전으로 성장발전모델을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력’은 특정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계속 제기될 환경변화다.

이런 조직적 변화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니 힘만 들고 효과는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한국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대사관의 찾아가는 행정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는 한국 기업의 인식변화, 날로 높아가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삼복더위 토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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