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부통령 방중, 시진핑과 회담 쟁점은

“미국은 서둘러 중국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중국 환치오스빠오(環球時報) 18일자 1면).


“미중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려면 중국이 강대국으로 등장했다는 현실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7일자 평론).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17일 저녁부터 5일간의 방중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중국 언론들이 강한 어조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이유로 S&P가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뒤, 1조1655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은 지난 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방미 때 ‘미-중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예정된 행사’. 그동안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 상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이번 바이든의 방중에서도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부통령의 이번 방중이 특별한 현안을 다루기보다는 시 부주석과의 '교분 쌓기'라는 평가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큰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5일 바이든의 방중 의미에 대해 "간단히 말해 우리는 미중 관계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부주석도 내년 10월에 열릴 예정인 제18차 당대회에서 최고지도자로 등극을 앞두고 바이든 부통령에게 정성을 다함으로써 미중 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의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부주석이 바이든 부통령 방중 기간에 두 차례 회담을 갖고, 베이징(北京)과 청두(成都) 일정에 거의 동행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최근 양국 간 현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은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미국 국채 안전성과 채무 상환능력을 집중 거론하면서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단하고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 무역적자는 환율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과다소비에 의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미국도 적극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부통령은 17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에 있는 중국 돈은 안전하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부터 했다. 미국은 재정적자로 불거진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공격의 예봉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과 보호무역, 인권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함으로써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의 라엘 브레이너드 국제담당 차관은 지난 15일, “위안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은 뜨거운 현안임을 거론한 셈이다.

미국은 또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 행방이 묘연한 가오즈성(高智晟) 변호사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이 최근 자국 첫 항공모함인 바랴그(Varyag)호를 시험 운항한 기간에 미국이 핵 추진 항모인 조지 워싱턴호를 베트남 북부 수역에 진입시킨 것도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G2로서 서로 협력하면서도 패권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미국과 중국. 동상이몽(同床異夢)일 수밖에 없는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부주석과의 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양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