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는 지금, 한국 조폭들 환치기 전쟁중

지난 1일 밤 12시30분. 한국행 마카오에어의 출발을 앞두고 마카오 공항에서 난데 없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한국말로 욕설과 주먹이 오가는 한국인 4명의 싸움이었다.


마카오경찰은 '콩글리시'를 들어가며 상황을 제지하느라 애를 먹었고, 승객들은 망신스런 장면에 화들짝 놀랐다.

2대2로 이뤄진 싸움의 발단은 돈 문제.
한쪽은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서 해결하자고 했고, 한쪽은 마카오에 남아야한다며 경찰에게 탑승을 시키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승객 한모씨(가명)는 싸움 당사자 중 한명을 알고 있다며 "이런 일들이 워낙 많아서 스토리가 빤하다"고 말했다.
한씨의 설명에 따르면, 두 당사자들은 모두 이른바 '환치기 브로커'들이었다. 한국에서 조직 폭력나 건달생활 등을 하다가 마카오를 오가며 환전 관련 일로 돈을 벌고 있다.


한국인 김모씨(가칭)는 마카오 카지노에서 한국돈 4000만원이 넘는 30만 마카오 달러를 땄다. 그러자 한국인 브로커 A씨 일당(이하 A)이 접근, 돈을 바꿔주겠다고 했고 A는 또 다른 브로커 B씨 일당(이하 B)과 환치기 거래를 위해 만났다.


브로커 A와 B는 나름대로 정한 환율을 적용해 돈을 교환하기로 했다. B가 한국에 있는 A의 통장으로 한화를 입금하면, A는 김씨가 딴 마카오 달러를 B에게 현장에서 건네 주기로 한 것.

그러나 B가 입금을 하자, A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들고 온 돈을 갖고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이날 비행기를 타려고 대기 중이었다.

사기를 당한 B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B는 어차피 도망갈 곳이 공항밖에 없다고 판단, 티켓을 끊고 대합실까지 찾아왔다. 그리고 B는 A를 발견해 붙잡았고 A는 주먹을 휘두르며 B를 뿌리쳤다.

B는 마카오 경찰을 불러 A가 도둑이라며 출국시키지 말고 여기서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B와 함께 한국에서 해결하겠다며 마카오 경찰을 설득했다. 결국 A와 B모두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마카오와 무역업을 한다는 한씨는 마카오로 원정도박을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환치기 사기'는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마카오로 '한탕'하기 위해 원정도박을 오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면서 환치기 사기 피해자도 상상 이상으로 많고, 또 증가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환치기'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화 1만달러 이상을 갖고 입국할 경우 관할 세관에 신고해야한다. 어떻게 돈을 벌었거나 가져오게 됐는지 입증하고 마카오나 한국의 조세협정에 따라 어느 곳에든 세금을 내야한다.

현지에서 한국거주자의 외화계정으로 송금할 경우, 2만달러 이상이면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출처를 은행에 입증해야한다.
하지만 도박으로 번 돈을 신고하고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은에서도 도박자금의 경우 비정상적인 경로로 많이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영주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심사팀장은 "해외에서 '환치기'관련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관세청과 함께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