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또 '사상최저'… 삼성電·하이닉스 영향은?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가격이 또 급락했다. 하락 속도 역시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어서 반도체업체의 불황이 생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3년 만에 다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 경기 침체에 D램 가격 '바닥 없다'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 D램익스체인지는 25일 대표적인 D램 제품인 DDR3 1Gb 128Mx8 1066MHz의 8월 후반기 고정거래가격을 0.52달러로 책정했다. 8월 전반기 0.61달러에 비해 14.75%나 급락하며 또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DDR3 1Gb 가격은 지난해 5월에는 2.72달러까지 상승했지만 9월에 2달러 선이 무너지더니 12월 후반기에는 1달러 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지난 3월 후반기 1달러 선을 잠시 회복하며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낙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또 다른 D램 제품인 DDR3 4GB SO-DIMM 1066MHz도 21.5달러로 8.5% 하락했고 DDR3 2GB SO-DIMM 1066MHz는 10.75달러로 12.2% 떨어졌다. DDR3 2Gb 256Mx8 1066MHz는 1.19달러로 9.2% 하락했다.

하지만 고정거래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제조원가는 0.7달러 수준, 하이닉스의 제조원가는 0.9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위기가 곧 기회, 삼성전자·하이닉스 타격 크지 않을 것
반도체 불황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반도체 업체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날 경기도 이천 사업장에서 '비상경영 선포식'을 열고 경비절감과 신제품 적기개발, 생산성 향상 등 3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금 삭감 등이 포함되지 않아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포트폴리오상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비중이 70%에 이르기 때문에 아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 익스체인지의 발표와 실제 공급가는 차이가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높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해외 업체들이 감산에 나선 것과는 달리 아직 감산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마이크론을 제외하고 대만이나 일본업체들은 최소 20% 정도 감산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한국 기업의 경우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에 비해 타격이 다소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출하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010년 37%에서 2012년 40%로, 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22%에서 23%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 3분기 이후에는 D램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제조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출하량 확대로 만회하고자 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현금 여유가 많지 않은 중위권 업체들부터 공격적인 재고 조정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9월부터는 가격 하락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D램 업체의 재고가 현재 다소 높지만 하락 중에 있으며 9월까지 정상치에 근접할 것"이라며 "향후 D램 가격은 점차 안정을 찾고 4분기 중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