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앞섰나..스타일 구긴 라가르드 IMF 총재

라가르드 IMF 총재는 순진한 건가. 아니면 유럽 은행의 부실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일까.


국제통화기금(IMF) 64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재에 오른 크리스틴 라가르드(55)가 유럽 은행의 `자본 확충` 필요성을 너무 솔직히 지적해, 유럽 국가로부터 원성을 사는 등 IMF 총재 취임 한 달 만에 구설수에 올랐다.

라가르드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례 심포지엄 연설에서 "유럽 은행의 긴급한 자본 확충이 없다면, 경제 취약성이 유럽 핵심국가로 확산되거나 유동성 위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유럽의 은행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위기 전염의 사슬을 끊는 열쇠인데, 이를 위해 은행 대차대조표 강화(자본 확충)가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유럽 국가 관료들로부터 유럽 은행 건전성에 대한 혼란스럽고 오도된 `공격`이라는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NBC는 유럽 국가들은 라가르드의 연설이 유럽 은행 투자자를 더욱 겁먹게 할 것으로 우려하며, 라가르드에게 연설에 대한 해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일부 유럽 은행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라가르드의 발언이 자칫 한계에 처한 일부 유럽 은행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 버릴 수 있다는 불만이 유럽에서 나올 만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3년간 재정위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스페인에서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은행이 지불 불능에 빠지거나, 지급 불능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 7월 90개 유럽은행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8개 은행 전체적으로 25억 유로(36억 달러)의 자본이 부족해, 유럽 은행들이 추가 재정위기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유럽 중앙은행의 한 관계자는 CNBC에서 "핵심 이슈는 은행들의 자금조달"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유럽의 일부 국가 은행은 최근 몇 주간 유동성 확보에 문제를 안고 있고, 이러한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라가르드의) 자본 확충에 대한 이야기는 혼란된 메시를 담고 있으며, 정치인, 감독당국자, 관료 모두가 무척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잭슨홀 연설에서 유럽 은행이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트리셰는 "우리가 유럽에서 유동성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금융위기와 싸우고 있는 노력이 이 같은 결과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잭슨홀 연설에서 취약한 세계 경제 회복세가 탈선할 위험에 처한 만큼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은 주택가격 하락을 차단해야 하고, 유럽은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 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는 특히 유럽 은행의 자본 확충은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져야 하며, `강제적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금난에 처한 은행은 반드시 금융시장에서 먼저 자금을 조달해야 하며, 필요하면 그 후에나 4400억 유로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포함한 공적자금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실 은행이 자본 확충에 나서도록 강하게 압박하되, 끝내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EFSF를 통한 부실 은행 지원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달 5일 IMF 총재에 취임한 라가르드는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으로, 향후 5년간 IMF 총재직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