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전쟁, SKT-KT 사실상 무승부?

롱텀에볼루션(LTE)용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한 통신업계 양대 거두 SK텔레콤 (50,100원 ▼600 -1.18%), KT (33,300원 ▼350 -1.04%)의 8일간 싸움에서 SK텔레콤이 최종 승자로 낙점됐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과 KT 모두에 우호적 시선을 보냈다. SK텔레콤은 반드시 얻어야만 했던 주파수를 가져갔다는 점이, KT는 싼 가격에 다른 주파수 대역을 확보했다는 점이 각각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29일 증시에서 SK텔레콤은 전주말 대비 3.81% 오른 1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건스탠리, JP모간 등 창구에서 매물이 주로 나왔고 SK증권, 씨티그룹 등 창구에서 매수세가 집중 유입됐다.

KT 역시 주가가 올랐다. KT는 전주말 대비 3.79% 오른 3만7000원에 마감했다. KT 역시 씨티그룹 창구에서 매수세가 집중 유입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참가 이후 영업비용 증가가 우려된다는 전망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날 SK텔레콤은 지난 26일 5% 이상 급락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고 KT 역시 4거래일만에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7일 이래 SK텔레콤, KT는 LTE용 주파수인 1.8㎓ 주파수를 낙찰받기 위한 경매에 뛰어들었다.

가격 제시방식은 경쟁자가 제출한 입찰가의 1% 이상을 써내는 동시오름 입찰방식이었다. 8일간 80여라운드를 거치며 입찰가격은 최초 4455억원의 2배가 넘는 9950억원까지 올랐다. 29일 재개된 입찰에서 KT가 입찰가를 제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동적으로 1.8㎓ 주파수는 SK텔레콤의 품으로 넘어가게 됐다.

SK텔레콤은 낙찰가 9950억원의 4분의 1인 2487억원 가량을 정부에 일시에 납부하고 향후 10년간 나머지 가격을 납부하면 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현금흐름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1.8㎓ 주파수를 KT에 빼앗겼다면 KT에 비해 가입자 수가 1.7배 많은 SK텔레콤으로서는 사용가능한 이동통신용 주파수가 제한돼 속도면에서 경쟁력이 약화됐을 것"이라며 "SK텔레콤으로서는 반드시 가져가야만 했던 주파수였기에 이번 결과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일시에 2480억원 가량을 납부한 후 나머지는 매출과 연동해서 10년에 걸쳐 분할납부하면 된다"며 "SK텔레콤의 이익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KT가 이번 '주파수 전쟁'에서 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남곤 연구원은 "KT가 이번에 1.8㎓ 주파수를 확보했다면 SK텔레콤 등에 비해 훨씬 빠르고 넓은 고속도로를 하나 더 장착하게 되는 셈이라 좋았겠지만 이번 경쟁에서 졌다더라도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1.8㎓ 주파수는 놓쳤지만 보다 싼 가격으로 800㎒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주파수 전쟁'을 끝으로 통신업계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승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통신서비스 업종이 성장세이지만 유독 한국의 통신업체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며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압력에 이번 주파수 경쟁을 둘러싼 비용상승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투자심리를 억눌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매가격이 1.3조원 이상이 됐다더라도 KT는 주당 2700원(배당수익률 7.6%)의 배당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SK텔레콤도 연 9400원의 배당전망이 그대로 적용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