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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 '윤리'가 어딨냐고?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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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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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0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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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소비의 윤리]<4>윤리적 소비 캠페인단 '보라'

↑윤리적 캠페인단 보라(bora)는 지난달 27일 홍대 앞 카페슬로비에서 윤리적 파티를 열었다. ⓒ보라
↑윤리적 캠페인단 보라(bora)는 지난달 27일 홍대 앞 카페슬로비에서 윤리적 파티를 열었다. ⓒ보라
서울 홍대 앞거리의 밤엔 어둠 대신 젊음이 몰려온다. 짧은 바지 아래 흰 다리를 길게 내놓은 여자들과 꼭 끼는 셔츠로 단단한 가슴을 드러낸 남자들이 부유한다.

한 카페에 들어서니, 삼삼오오 모여 있는 청년들 사이로 흰 토끼 귀를 머리에 단 여자와 골판지 안경테를 낀 남자가 돌아다닌다. 검은색 마녀모자, 초록색 모험가 모자를 쓴 이도 있다. 마녀 모자의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저랑 얘기 하실래요?"

"예?"

"저랑 얘기하시면 막걸리 한잔 드릴게요."

◇"부비부비보다는 떼창이 즐거워"=윤리적 소비 캠페인단 '보라'(bora.asia)는 지난 달 27일 홍대 앞 카페슬로비에서 '윤리적 파티'를 열었다.

'윤리'라는 말이 붙었지만 파티의 요소는 다 있었다. 대신에 메뉴는 남달랐다. 맥주 대신 지역산 막걸리, 케이준치킨샐러드 대신 두부샐러드. 이런 식이었다. 후식으로는 미혼모들이 만든 '용감한 컵케이크'가 나왔다

나이트클럽의 웨이터 대신엔 '리빙북(Living Book)' 즉 '살아있는 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줬다. 이들은 파티에 온 사람들한테 말을 걸고 돌아다니면서 막걸리를 권하며 흥을 돋웠다.

풍악이 빠질 수 없다. '삐삐와 망창이'가 기타를 둘러멨다.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이 만든 '길 위의 학교, 로드스콜라' 졸업생들이다. 수다 떨던 청년들이 몰려나와 '부비부비 댄스' 대신 '떼창(떼 지어 노래 부르는 것)'을 시작했다.

파티 기획자 중 한 명인 김결 씨(23, 고려대)는 "클럽이나 축제에서 그냥 춤추고 노는 건 의미도 없고 이제는 재미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월드DJ페스티벌 같은 축제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에너지를 발산하는 건 재밌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파티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잖아요."

또 다른 기획자인 김수현 씨(23, 성신여대)는 "아디다스나 밀러 같은 기업에서 여는 제품 홍보 파티에 갔더니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느라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가 어려웠다"며 "우리는 좀 다른 파티를 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상 속에서 윤리적 소비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근데 '윤리적 소비 파티'라고 하니 딱딱하게 들려서 그냥 '윤리적 파티'라고 했어요. 재밌으라고요."

파티장 한 구석 탁자 위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컵과 재생지 연필, 노숙자 돕는 잡지 <빅이슈>가 놓였다. 화장대 위엔 폐현수막으로 만든 파우치, 장애인이 만든 셈크래프트 천연비누가 있었다.

화장실에선 '한 달에 한 사람이 쓰는 화장지가 평균 1733칸'이라는 쪽지를, 화장대 앞엔 '튜브형 화장품을 잘라 쓰면 더 쓸 수 있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흡연실에 붙은 쪽지는 사색을 일으켰다.

"내가 평소에 흡연을 위해 소비하는 금액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윤리'를 교과서에서 일상으로 = 사단법인 씨즈의 김동현 청년사업담당 간사(28)는 "배불리 먹고 만취하는 파티가 아니라, 소박하게 먹고 대화 나누는 파티도 충분히 즐겁다"고 말했다. 씨즈는 교보생명과 함께 지난해 결성된 '보라'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 간사는 "청년들이 소비하는 것, 일상을 조금씩 윤리적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며 "파티를 윤리적 방식으로 해봤던 것처럼 엠티, 졸업여행, 프리마켓도 언젠가는 '윤리적'이란 이름을 달아 실험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윤리는 소박하다. 주변에서 들은 것을 실천한다. 네팔로 공정여행 가는 친구가 "네팔 아이들한테 문구류가 부족하다"고 하자, 보라 멤버들은 이면지를 수제노트로 만들어 전달했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장인 같은 정성으로 만들었다. 이 청년들에게 '윤리'는 배워야 할 교과서가 아니라 그저 일상이다.

[팁]'보라'가 제안하는 파티의 윤리

◇음식은 인원수에 맞춰 먹을 만큼 준비한다.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아도 즐거울 수있다. 대신 친환경 재료를 쓴다.

◇컵과 접시 등 식기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되도록 자신이 사용한 접시와 컵을 반복해서 사용한다.

◇술은 지역에서 만든 전통주를 마련한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을 정도만 준비해 만취를 막는다.

◇음악은 시끄러울 필요가 없다. 대화와 흥을 돋울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기념품이나 후식은 윤리적 소비 제품으로 구매한다. 윤리적 소비 공모전 블로그(ethiconsumer.org)에 가면 다양한 제품과 체험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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