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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화이자'가 나오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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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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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0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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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위기의 한국 제약산업, 성공의 돌파구는(하)]

[편집자주] 정부가 고강도 약가인하 정책을 펴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에따라 110년간 국내 제약사들을 먹고 살기 쉽게 해준 제네릭(복제약)이라는 보호막이 일시에 사라질 위기다. 제약사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 들어선 셈이다. 제약사들이 만드는 '의약품'은 일종의 공공재다. 제약사는 시장논리대로 자율경쟁은 하되 반드시 생존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였다. 그래서 제약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신약을 개발하고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과거에도 '모범 답안'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단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더 이상 행동을 미룰 이유도 시간도 없다. 머니투데이가 정부의 강력한 약가 규제정책 이후 국내 제약사들의 생존비법으로서의 신약개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은 5조542억원. 이중 7.2%인 3649억원을 연구개발(R&D)에 썼다.

세계 매출 1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경우 2010년 매출 678억달러(약 74조5800원) 가운데 94억달러(10조3400원)를 R&D에 썼다. 매출액대비 연구개발비중은 14%내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할 만큼 세계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격차는 너무도 크다.

국내 한 제약사 개발담당 이사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은 영업이익률이 20~30%대이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며 "신약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신약이 몇 개 개발되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국적제약사는 신약개발과 관련해 장기간의 노하우가 있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로서는 업력이나 투자규모 면에서 그들을 쫓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집중이 신약개발 성패 가른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각의 전환이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신약연구개발 투자의 집중도에 따라서 신약개발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구서 JW중외제약 (28,300원 상승100 0.3%) 부사장은 "국내 제약사가 거대 공룡인 다국적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존 약물로 대처가 불가능한 혁신적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혁신신약은 경쟁 약물이 적고, 후발 주자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의 손이 미치지 않는 희귀약물을 개발하는 것 역시 유용한 R&D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제넥텍이나 암젠 등은 자본금 수백달러로 시작해 시가총액이 수백억달러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이 기업들은 기존에 없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해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일정규모 이상으로 몸집을 키우고 꾸준히 수익이 나는 사업부분이 있어야 제대로 된 연구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종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내는 정도가 되면 신약개발 비용을 충분히 사용할 수준이 된다"며 "제약기업들은 매출의 5~10%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대형 제약사간 M&A가 이뤄지면 신약개발이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 회사 스스로의 개발 능력과 시장을 무시한 신약연구개발은 성공하기 어려운 만큼 회사의 연구경영능력에 맞춰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개량신약과 바이오신약이 국내 기업에게는 신약개발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약물의 약효나 부작용을 개선한 의약품으로 개발 기간이 3~5년으로 짧고 개발 비용도 신약개발의 수십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윤경욱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이사는 "미국은 약의 형태를 바꿔 복용 편의성을 높인 개량신약의 약가를 후하게 쳐준다"며 "개량신약으로 미국 등 선진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제조시설의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국적 제약기업과의 효율적인 업무제휴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정부 효과적인 지원 절실 = 하지만 신약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2009년 한 해 동안 바이오기술(BT)분야에 지원한 예산은 1조2600억원이다. 이 중 신약 개발 투자비는 약 9%에 해당되는 1140억원이었다. 여기서 실질적으로 제약사에 투자된 비용은 복지부가 지원한 290억원에 불과하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상무는 "임상시험분야의 조세감면 확대, 혁신 연구개발투자 의약품에 대한 보험약가인센티브 정책지원 등 신약연구개발 전단계에 걸친 재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며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축적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험약가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의 기업 연구개발 지원을 살펴보면 정부의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 형태가 복합돼 다양하게 나타나는 정책 혼합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판 화이자가 나오려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정작 정책적인 지원은 시간이 갈수록 뒤쳐진다는 게 제약업계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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