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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부양 vs 안돼" 대서양 건너 두 석학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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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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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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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이상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머징 국가의 강력한 성장세는 선진국의 회복세를 견인했다. 지금은 반대로 선진국의 경제 부진이 이머징의 성장마저 끌어 내리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2008년과 2009년 무렵처럼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지금을 `부채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규정하고, 인플레이션 목표를 올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라는 주문도 가세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식시장 투자자가 기대하는 미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와 같은 공격적인 통화 부양책이 다시 사용되면 나중에 인플레이션 문제로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앤드류 센턴스
앤드류 센턴스
영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앤드류 센턴스는 후자를 지지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서 올 5월까지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일했던 센턴스는 1일(현지시간) `세계는 추가 부양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The World Doesn't Need More Stimulus)`란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 칼럼에서 지금은 2008~2009년 상황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 前 영국 통화정책위원 앤드류 센턴스 "추가 부양책 필요 없다"

금융위기에 휘둘리던 2008~2009년에는 세계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해 `드라마틱`한 금리인하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예외적인 재정정책이 한데 어우러져 경제 안정과 신뢰 회복에 도움을 줬지만, 세계 경제가 현재 직면한 위협은 과거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전에는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차단이 우선 과제였지만, 현재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가로 막고 있는 최대 위협이라는 것이다. 부채 디플레이션은 가계가 소비는 하지 않고, 부채 청산에만 열을 올려, 집값과 같은 자산 가치 하락과 경기침체 심화가 `악순환`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센턴스는 2008~2998년에는 급작스런 수요 급락을 차단하는 게 시급했다면, 지금은 경제 성장의 엔진인 민간 섹터가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富)를 창출하도록 시장에 신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섹터는 재정적자가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처럼,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싼 혼란은 민간섹터 신뢰에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각국은 우선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재정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아울러 견고하고 지속적인 경기회복은 공급 사이드의 활력과 효율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구 국가의 정책 믹스는 공급 측면의 성과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설명이다. 창업을 독려하고, 기존 기업은 혁신역량과 유연성을 도모하고, 노동시장의 숙련도를 높이고, 기업의 성장과 효율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제거하는 쪽으로 정책 수단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센턴스는 현재 세계 경제 둔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일시적 요인으로 분석되는 일본 대지진 및 쓰나미 사태가 배경이고, 여기에다 에너지와 상품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경제 성장률을 추월하고 있으며, 이러한 물가 상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과 소비자의 지출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만 보더라도, 미국은 전년 1.2%에서 3.6%로 상승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2.1%에서 2.9% 올랐고, 물가가 많이 상승한 영국은 올해 4.5%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센턴스는 따라서 통화정책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2009년에는 `긴급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이 요구되었지만, 지금은 `긴급 상황 설정`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희미해진데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더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자신은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 멤버로서, 2010년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통화정책의 변화가 지연되면서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은 각국이 통화 부양책을 점진적으로 철회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공격적인 부양책 내 놓아라"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
그러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볼모로 잡힌 위기(Hijacked Crisis)`란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지금은 연방정부의 재정정책과 더불어 연준이 경기 부양적 통화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드류 센턴스가 위기극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안정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정부 재정적자 문제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며, 지금 당장 경제에 절실한 것은 단기적인 부양책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크루그먼은 신문과 방송을 보면, 자칭 중도주의자라는 사람들이 (재정안정을 위한) 사회보장 개혁과 같은 장기적인 해결책만이 책임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디에도 경제 난국을 해결해줄 단기적인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금은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실직 상태에 놓여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잠재력이 연간으로 1조 달러나 낭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루그먼은 정치권, 특히 미국 공화당 강경파의 경우 경제위기를 볼모로 잡은 채 단지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재정적자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데, 재정적자 문제는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금융위기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재정적자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철철 쏟아지는 상황에선 시급히 지혈을 해줄 의사가 필요하듯이, 지금은 장기적인 재정 안정책을 (한가롭게) 가르치려는 사람보다 빠른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 메이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학교와 도로, 상하수처리 시설 등을 건설하고, (부채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금을 탕감하거나, (저리의 자금을 통한) 리파이낸싱(차환)을 통해 가계의 부담을 줄이는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울러 경제를 움직이도록 연준 역시 총력적인 노력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인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부채 문제를 완화하는데 연준이 도움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지금은 인플레 위협이 시급하게 아니라 집값 하락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등 `부채 디플레이션` 차단이 급선무라는 의미이다.

경제해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 지도자들이 위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해 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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