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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조정으로 사회 행복지수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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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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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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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고수를 찾아서]김서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

"조기 조정으로 사회 행복지수 높인다"
분쟁에 휘말린 사람들은 해결이 힘들어 보일 때 '법대로 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

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소송이다. 하지만 소송은 비현실적일 때가 많다. 남소(濫訴)는 법원의 해결 지연과 결론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절차와 과도한 비용 지출이 부담스럽다.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법이 분쟁을 해결해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편안하고 솔직한 분위기에서 화해할 기회를 갖는 '조기 조정'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조정은 법률에 기준해 '그렇다' 혹은 '아니다'의 한 칼로 가르는 분쟁해결이 아니다. 조정위원의 주도하에 당사자의 실정에 맞게 타협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조정비결, 인간에 대한 애정=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중 조정성공률이 가장 높은 김서현(47·사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의 활약상이 화제다. 김 변호사는 지난 7년간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감정적으로 얽혀있는 사건 당사자에게 법률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묘책'을 제시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소송을 한다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소송 당사자 자신 뿐 아니라 가족, 동료 등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가 전달되죠. 이런 의미에서 재판을 시작하기 전 해결책을 제시하는 조기 조정은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김 변호사의 조정 비결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분쟁 당사자의 억울함과 아픔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원하는 바를 읽어내야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정치학과 문학을 전공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고민한 경험은 다른 법조인과는 차별화된 능력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됐다. 김 변호사는 당사자의 살아있는 표정과 목소리 톤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소장이나 서면답변서 이면에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묘책이 떠오른다고 한다.

◇소송 청구범위 벗어난 해결책=체육시험을 둘러싸고 학생과 교사 사이에 벌어진 분쟁을 조정으로 해결한 사례는 법관의 감탄을 자아낸 사건으로 회자된다.
"조기 조정으로 사회 행복지수 높인다"

앞구르기와 뒷구르기 시험을 앞둔 초등학교 2학년생 A양. 내성적인 성격 탓에 쉽지 않았지만 용기를 냈다. 그런데 교사는 A양이 구르기하는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교사는 A양에게 다시 하라고 지시했지만 A양은 거부했고, 결국 극도의 스트레스로 전학을 결정했다.

이후 A양의 부모는 교사와 교장을 상대로 위자료 5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해당 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여러 차례 기일을 잡아도 해결하기 힘든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조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조정을 성공시켰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교사가 학생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담은 편지를 쓰고 50만원 상당의 선물을 건네는 것이었다.

"당사자가 소송을 통해 청구한 범위와는 완전히 다른 결론이죠. 이것이 바로 조정의 묘미입니다. 학부모가 바란 것은 돈이 아니라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입니다. 또 당시 젊은 나이였던 선생님은 섬세한 마음을 가진 교사가 되는 계기가 됐을 겁니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이혼한 뒤 상간녀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사건에서도 김 변호사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분쟁을 해결했다. 1심 재판부는 생활보호대상자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간녀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양측이 모두 항소하면서 얽히고 얽힌 감정 분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정에 나선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고 가해자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설득해 매달 10만원씩 3년 동안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조기조정 제도 활성화하려면=조기 조정은 회부 사건 10건 중 4건 이상이 해결될 정도로 성공비율이 높다.

사회·경제적 비용도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정위원에 대한 보수는 공익활동에 가까울 정도로 적고, 조기 조정으로 사건이 해결될 경우 그만큼 변호사의 수임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제도의 활성화를 꺼리는 분위기다.

김 변호사는 외국의 조정 전담 변호사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조기 조정을 활성화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일정한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조정 전담 변호사 자격을 주고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조정 비용을 책정한다면 국민이 보다 쉽게 조기 조정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서현 변호사는=1964년생으로 경북 상주 출신이다. 대구 효성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00년 제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3년부터 변호사로 일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국선변호사를 했고 법제처 법령해석 심의위원을 지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관재인과 민사조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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