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서 살아남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살아남기'란 시리즈 만화책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등은 정글이나 무인도를 여행하는 아이들의 모험담을 그렸다.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환경과 생태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이다. 재미도 있고 교육적이어서 아이들에게 권해주는 책이다.

어른들의 눈높이로 살아남기 시리즈를 하나 제작한다면 '금융위기에서 살아남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금융시장이 시계 '제로'상황이다. 한치앞도 보이질 않는다. 워낙 거대한 악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니 웬만한 악재엔 내성까지 생겼다. 살아남기 시리즈와 같은 안내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안내서는 아니어도 2008년 금융위기를 되짚어보는 것이 좋은 참조가 될 수 있겠다.

2008년 전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금융위기는 베어스턴스 파산부터 시작된다. 미국 월가의 5대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파산위기에 다다랐다. 베어스턴스는 결국 2008년 3월 16일 JP모간에 피인수됐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아니었다. 위기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 미국 주택 시장의 부진을 다시 확인하는 '사건' 수준이었다.

그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위기를 확산시켰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는 6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전세계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은 일대 패닉에 빠졌다.

미국은 예금보호한도를 확대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 안정에 나섰다. 유럽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도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더욱 확산된다.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경색 국면에 빠졌다. 각국은 통화스왑 체결을 통해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공조해 금리를 낮추면서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다.

여러 조치들이 실행에 옮겨지면 2009년 들어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선진국 대형 은행들의 자본금 확충과 부실자산 처리가 본격화되면서 위기의 확산은 일단락됐다.

현 상황은 위기가 확산되는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질 때만해도 이정도 위기감은 아니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으로 퍼지고 미국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국의 이해가 달라 정책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기가 더욱 확산돼 뒤라야 정책 공조가 이뤄지고 시장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여전히 시계 제로다. 섣부른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살아남는 데 주력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살아남는 게 승리하는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