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자체 감정평가 확대' 논란

국민은행이 비용절감을 내세워 감정평가 시장까지 뛰어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감정평가협회가 "감평사의 일이 감평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인데 은행이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자체 평가를 늘리면 은행 영업정책에 영향을 받거나 정확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여신심사그룹 산하에 별도의 담보평가 부서를 신설했다. 감정평가 자체 수행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감평사 수도 2배 이상 늘렸고 평가 시스템도 갖췄다. 자체 평가 대상은 20억원 이상이다.


감정평가란 토지와 상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서 가격을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담보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금액의 일정부분을 대출해 준다.

국민은행은 점진적으로 조직을 확대해 전체 담보평가물건의 50%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지금까지 80~90% 이상의 담보평가를 외부평가기관에 의뢰했다. 아파트는 별도의 시세표가 있지만 연립주택, 상가, 빌딩 등은 전문기관에 의뢰, 평가해야 담보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다.

이런 방식이 바뀐 이유는 지난 4월 고등법원이 담보 평가 수수료를 고객이 아닌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정평가 수수료 시장은 연간 1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국민은행이 10분의 1인 100억원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은행들도 국민은행의 진행 과정 등을 지켜본 후 자체평가로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후 금융권은 지속적으로 협회에 감정평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왔다"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금융권의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국민은행이 갑자기 내부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평가 시장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면서 "국민은행에 건의문도 보내고, 항의방문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감정평가업계의 주장이 억지라고 반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억원 이상을 평가하고 있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40% 이상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외부평가의 비중이 너무 높다"며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수수료 부담이 줄어 고객들에게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다른 시중은행도 자체 담보평가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내부 평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감평사의 추가 채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인력풀이 많지 않아 대폭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자체 담보평가를 하면 자산건전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확하게 담보 평가를 하고 대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수료를 아끼겠다고 리스크를 안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