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주식' '고등어 주식'에 물까지 타려면...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손절매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에 나서야겠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 갈치토막 주식, 고등어 토막 주식이란 말도 다시 나왔다. 갈치는 네 토막으로 나뉜다고 해서 주가가 1/4로 떨어진 주식을, 고등어는 두토막 낸다고 해서 고등어주는 1/2 토막 난 주식을 뜻한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세가지로 압축된다. △어쩔 수 없는 장기 투자 △눈물의 손절매 △최후의 물타기 등이다.

손절매나 버티기는 단순하지만 '물타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고민할 꺼리가 많다.

우리보다 금융 시장 발달의 역사가 긴 미국에선 '스케일 트레이딩'(scale trading)이란 이름으로 물타기 전략에 대한 방법론을 정리해 놓고 있다.

이론적으로 스케일 트레이딩은 '질수 없는 전략'이다. 저가에서 매수를 지속하고 고가에선 매도에 나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통상 10년을 주기로 역사적 저점을 조사한 뒤 역사적 저점의 25% 범위부터 매수를 시작한다. 매수를 시작하면 가격이 하락해도 지속적인 매수를 이어간다. 동시에 선물 매도 전략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주문도 넣는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간 1.8달러부터 5.5달러까지 가격이 변동한 투자상품이라면 2.25달러 수준부터 매수를 시작한다. 2.15달러, 2달러, 1.90달러가 돼도 매수를 이어간다.

차익실현은 1.90달러부터 시작한다. 가격이 역사적 저점에 가까워지면 반등의 신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시장이 반등할 땐 현물에 앞서 선물이 반응을 하게 된다. 현물 가격이 바닥을 치면 선물가격은 이미 랠리를 시작한 뒤다. 이익실현은 선물 매도 주문을 통해 가능하다.

1.9달러에 매입한 계약만큼 2.0달러에 선물 매도 주문을 낸다. 가격이 더 떨어져 1.8달러까지 내려가면 추가로 현물을 매수하고 해당 계약만큼 선물 매도 주문도 넣는다. 1.8달러 현물 매수, 1.9달러 선물 매도의 형식으로 주문을 반복하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은 최대화할 수 있는 '물타기 전략'이 완성된다.

스케일트레이딩엔 두가지 조건이 있다. 스케일트레이딩이 접목 가능한 투자처는 '실물상품'으로 국한하고 있다. 원유나 금, 농산물 등 실물이 있는 상품이라야 된다는 뜻이다. 파생상품과 같이 무형의 가치에 대한 투자는 가격 하락의 제한이 없어 역사적 저점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는 가격 하락기에 꾸준히 매수를 이어갈 수 있는 풍부한 자금력과 이익 실현에 대한 사전적인 전략 구상이다.

물타기를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이같은 전제조건이 갖춰졌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물 타려는 종목이 역사적 저점에 와 있는지, 하락폭이 제한되는 우량 종목인지 우선 살펴야 한다. 지속적인 물타기에 나설 만큼 여유자금이 풍부한지, 이익실현에 대한 전략은 세웠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섣부른 물타기는 더 위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