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접촉 늘리는 나경원-시민후보 강조한 박원순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가 최종 결정된 지 이틀재인 5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 후보는 일제히 시민들과 접촉을 늘렸다. 동시에 '시민후보'라는 정체성을 두고 각을 세웠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강서구 방화동 방신시장을 찾았다. 영업자·소상공인 종합지원대책인 '북새통시장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위해서였지만, 단순한 정책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오이와 고추 등 농산물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는 △전통시장 내 공동배송서비스 100개소 확충 △화장실, 주차장 등 고객편의시설 확충 △온누리상품권 활용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정책을 내놓으며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활을 편하게 하는 생활특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시민후보'로 꼽히는 박 후보에 대해서는 "기존 정당을 불신해놓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힘을 등에 업겠다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수도 있다는 설에 대한 지적이다.

나 후보는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던) 박 후보가 이제 민주당, 민노당과 어떻게 협조하느냐를 이야기 한다"며 "'안철수 바람'에서 나타난 사회의 요구와 민주당, 민노당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걱정되고, 원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여의도동 이룸센터를 방문해 여성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앞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여성인권영화제 '피움' 개막식에 참여한다.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 관련 행사에 집중 참여함으로써 시민후보로서 정체성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그는 "내가 정치인의 옷을 잘 입고 있는지 혼돈스럽기도 했다"며 "이제는 확실히 정치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시대변화와 새 정치 새 세상을 향한 삶들의 염원이 정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저를 통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두고 "시민후보가 아니다"라고 평가한 나경원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구태여 상대방 후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 등록 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만나 선거대책본부 구성이나 선거 캠페인 관련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손 대표의 사퇴 철회에 대해 "너무 다행"이라며 "앞으로 남은 것은 민주당과 힘을 합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