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론스타, 외환銀매매 '운명의 13일'

1년을 끌어 온 하나금융지주 (52,400원 ▼1,100 -2.06%)의 외환은행 (0원 %) 인수 여부가 곧 윤곽을 드러낸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론스타(외환은행 대주주)의 재상고 시한이 13일이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재상고를 포기할 경우 하나금융은 기존의 매매계약 유효 시한인 다음달 말까지 외환은행을 품에 넣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론스타가 재상고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도 또 다시 장기 표류할 공산이 크다.

12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벌금형)를 선고받은 론스타는 13일까지 재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이미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재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론스타는 재상고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로선 평판리스크(reputation risk),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 향후 시장상황 등을 두루 고려하면서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의 선택에 따른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재상고 포기→금융당국의 주식처분명령→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재상고→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판단, 대법원 확정 판결 후로 지연→외환은행 매각 장기표류 △재상고→금융당국의 주식처분명령→론스타의 소송 제기→외환은행 매각 장기표류 등이다. 어떤 경우든 복잡한 상황 변수가 놓여 있다.


현재로선 론스타가 재상고를 포기하고 외환은행을 조기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해 보인다. 재상고를 하더라도 유죄가 불 보듯 뻔하고 실익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최근 글로벌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론스타 펀드 투자자(LP)들의 투자금 회수 요구도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맥락에서 론스타가 하나금융 외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론스타가 현금을 쥐고 한국시장을 조기에 떠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간을 벌기 위해 상고를 하려면 론스타에게 그만큼의 실익이 있어야 하는데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상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재상고를 포기하면 '가격'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주당 매매가격(1만3390원)과 외환은행 현재 주가(12일 종가 7590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재상고를 하지 않는 대신 하나금융과 협상에서 최대한 가격을 덜 깎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두루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론스타가 평판리스크를 고려해 결국 재상고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 금융당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대법원 확정 판결 전에라도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과 주식처분명령을 내리면 또 다른 '소송전'으로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환은행 매각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것"이라며 "새로운 법률적 논란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연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도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