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위원회는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으로 인체 면역시스템 연구자들을 선택했다. 줄기세포와 표적항암제 등도 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면역시스템 연구를 넘어서지 못했다.

보이틀러(미국), 율레스 호프만(룩셈부르크), 랄프 슈타인만(캐나다, 사망) 교수 등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특히 수상자 발표 사흘 전 사망한 슈타인만 박사는 체내 면역시스템을 총괄하는 '수지상세포'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해 주목받았다.

20년 동안 수지상세포 연구를 해온 배용수 JW크레아젠 대표(사진)는 슈타인만 박사와 인연이 각별하다. 슈타인만 박사가 1988년 국제수지상세포학회를 만들었고, 배 대표가 활발하게 이 학회에 참여하면서 친분을 키워왔다.

배 대표는 "슈타인만 박사가 올해 한국을 방문하려했지만 지난 8월23일 암이 재발해 오기 어렵다는 이메일을 끝으로 소식이 끊겼었다"며 "노벨상으로 인해 수지상세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좋은 소식이었지만 좋은 동료를 잃은 것은 슬픈 소식이었다"고 했다.

배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출신으로 1991년부터 하버드 의과대학 암연구소에서 수지상세포 관련 연구를 해 온 전세계 수지상세포 연구 1세대다. 1993년 귀국 후 한국수지상세포학회를 설립하는 등 국내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제 개발을 주도해 왔다.

혈액 등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는 외부물질이 체내에 침입할 경우 면역계에 경고신호를 보내는 등 전반적인 방어체계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세포의 모양이 나뭇가지처럼 생겨 수지상(樹枝狀)세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배 대표는 "이물질과 직접 상대하는 면역세포들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공격을 하지만 그 이물질에 대한 정보(항원)를 기억하지는 못한다"며 "반면 수지상세포는 항원을 기억해뒀다 이물질이 다시 들어오면 바로 작동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암은 이물질을 공격하고 명령하는 면역체계가 무너져 수지상세포의 숫자가 적다. JW크레아젠은 암의 영향을 받지 않은 대식세포(면역세포의 일종)에서 수지상세포를 분화,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량 배양한 수지상세포를 주입해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배 대표는 "수지상세포 치료제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이 없고 장기적으로 암의 전이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수지상세포와 관련한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JW크레아젠은 이 기술을 이용 신장암 치료제의 임상3상 시험, 간암치료제 임상2상,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립선암치료제 암상2상 시험을 완료했다.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배 대표는 이 중에서 간암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배 대표는 "면역세포 기술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임상시험을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15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며 "간암의 경우 치료제도 없고 환자들도 많아 개발을 완료하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1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생존율이 15% 이하의 난치성 암이지만 초기 절제술이나 이식술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JW크레아젠은 간암치료제에 대해 2013년에는 임상3상 시험 조건부 시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배 대표는 "간암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JW크레아젠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