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대심도 배수공사로 홍수 막을 수 없다"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서울시가 약 1조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하려하자 환경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은 19일 논평을 통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빗물배수터널 공사는 시민의 홍수피해를 토목사업의 기회로 삼은 전횡이라고 비꼬았다.

서울시는 종로구 통인동을 비롯해 동작구 사당역 주변, 강서구 신월동, 용산구 삼각지 등 4곳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설치를 위한 설계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내년에 착공해 2013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요예산은 8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환경연합은 "광화문 광장 홍수는 배수시설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서울시 공무원들은 타당성 검토조차 되지 않은 빗물터널 공사를 시민 동의 없이 밀어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광화문 광장 침수의 원인을 불투수층 증가, 기형적인 'C'자형의 하수관거로 인한 홍수 역류, 디자인 서울을 만들겠다며 통수면적을 줄여놓은 빗물받이 등에서 찾았다.

불투수층은 1962년 서울시 면적의 7.8%에 불과했지만 올해 48%까지 늘어났다.

환경연합은 "하수관거를 늘리는 공사를 하기 전에 홍수 발생을 저감하는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며 "도로 포장방법을 개선하고 공원, 운동장 등을 주변보다 낮춰 지하수 침투를 돕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디자인 서울을 하겠다며 바닥에 콘크리트를 바르고 화강석을 덧씌운 것, 빗물받이의 통수면적을 줄여 물이 쉽게 빠지지 않도록 한 잘못된 행정을 시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2년 연속 물에 잠긴 광화문의 경우 당시 내린 강수량은 이미 설치된 하수관거의 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연합의 주장이다.

환경연합은 "2010년과2011년 홍수 때 내린 강수량은 이미 설치된 시설의 수용범위인 시간당 강수량 75㎜/h를 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집중호우가 3~4일씩 이어지면서 기존에 모여 있는 물이 채 빠지지 않아 하수관거 용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박종웅 서울시 물재생계획팀장은 "대심도 배수터널 설치를 통해 현재 기준인 75㎜/h를 105㎜/h로 끌어올려야 집중호우가 몇일씩 내려도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장기적인 과제로 불투수층 축소를 고려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도심은 콘크리트로 덮일 수밖에 없어 잔디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며 "극단적인 집중호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대심도 배수터널 공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공사 강행에 대해 환경연합은 홍수를 발생시키는 개발을 막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한다는 입장이다.

환경연합은 "독일처럼 물관리조례를 제정해 홍수를 유발시키는 주체에게 부담을 물려야 한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홍수위험을 늘리지 않도록 노력을 분담하는 규칙 마련이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