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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스카프 vs 녹색 스카프, 색깔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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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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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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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링진을 매고 기가 죽은 초등학생을 그린 삽화. ▲출처=바이두
뤼링진을 매고 기가 죽은 초등학생을 그린 삽화. ▲출처=바이두
“우리도 녹색인 뤼링찐이 아니라 붉은색의 홍링찐을 매도록 해주세요…”

중국에서 초등학생용 스카프의 색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성적이 떨어지거나 행동이 바르지 않다는 이유로 일부 어린이들에게 훙링찐(紅領巾) 대신 녹색 스카프인 '뤼링찐(綠領巾)'을 매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상처받기 쉬운 어린이들을 차별대우함으로써 동심(童心)을 멍들게 했다는 것이다.

중국 초등학생을 보면 유난히 눈에 뜨이는 게 있다. 바로 목에 매고 다니는 빨간색 스카프다. 중국어로 홍링찐(紅領巾)이라고 부르는 이 스카프는 8살에서 13살까지의 어린이가 매고 다닌다. 주로 초등학교 2~3학년생 때 매기 시작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매지 않는다.

홍링찐은 샤오시앤뚜이(少先隊)를 가리킨다. 샤오시앤뚜이는 소년선봉대(少年先鋒隊)의 준말인 소년대의 중국어 발음이다.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공산당 혁명의 선봉에 서는 소년이라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하고 신중국을 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49년 10월13일, 중국소년어린이대원이 출범하면서 홍링찐을 매도록 했다.

홍링찐과 뤼링찐을 둘러싼 ‘색깔논란’을 빚어낸 곳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있는 제1 실험초등학교. 이 학교는 최근 1학년생 중 40명에게 홍링찐 대신 녹색 스카프를 매고 학교에 나오도록 했다. 2 학년 이상 전원과 1학년 학생 대부분이 홍링찐을 매고 다니기 때문에 녹색 스카프를 한 '이상한 아이들'은 금세 눈에 띄게 마련이다.

학교 측은 성적이 떨어지거나 행동이 바르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차원에서 홍링찐 대신 뤼링찐을 매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인터넷을 타고 알려지면서 학교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비교육적 행동을 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뤼링찐 사건'이 커지자 시안시 교육당국은 이 학교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모든 학생에게 즉각 홍링찐을 매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홍링찐과 뤼링찐을 둘러싼 ‘색깔논란’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하나의 사례다. 시장경제라면 어느 정도의 차별을 인정하고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채찍으로 일종의 벌인 뤼링찐을 매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에서 눈에 띄게 차별하는 뤼링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제시했던 시앤푸룬(先富論)도 비슷한 모순을 안고 있다. 일부 사람들이 먼저 부자가 되도록 하도록 하면 중국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앤푸론에 따라 중국 경제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대 경제대국(G2)로 부상했지만 소득격차가 심해 계층간 갈등을 낳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현 지도부는 ‘조화로운 사회’를 뜻하는 ‘허시에(和諧)’를 제시하고 있다. 부자와 기업들에게 5대 사회보장 가입을 의무화하고, 임금도 인상함으로써 소득격차를 해소하고 갈등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홍링찐과 뤼링찐 논란은 교육당국이 나섬으로써 (외견상) 해결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모순이다. 하지만 시앤푸룬과 허시에,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모순은 일도쾌마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그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못했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뤼링찐과 홍링찐의 모순도 단순한 하나의 사건으로 넘겨버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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