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줄면 GDP 2.4조 감소

-법인세 인하 백지화된 상태서 투자위축 불가피
-고용공제로 효과보려면 고용 늘려야 돼 역부족



가중되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여파가 실물 경제에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축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을 불러와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폐지가 예정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이하 임투공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임투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고용인원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이하 고투세)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마저 백지화된 상황에서 임투공제까지 없앨 경우 투자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임투공제 폐지, 기업 투자 위축 불가피
임투공제는 기업의 설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투자액 중 일부를 법인세 등에서 감면해 주는 제도다. 1968년 처음 도입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상시적인 제도로 각인돼 있어 제도 폐지에 따른 충격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설비투자는 약 2.5%(공제율 7% 기준) 감소할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200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을 0.23%(2조 4242억원) 감소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임투공제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임투공제 폐지를 염두에 두고 내년 투자분을 올해에 앞당겨 집행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 여파가 우리에게 전달될 것으로 전망돼 내년도 투자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기업들은 약 1조9000억원의 임투공제를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당장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투자 여력이 약 1조9000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은 세후기대수익률이 목표수익률 이상일 때 투자에 나서게 된다”며 “임투공제 폐지로 세후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쳐 있어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투세, 임투공제 대안 ‘역부족’
기업들은 고투세가 임투세액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투자에 대해 세금을 깎아준다는 기본 원칙은 동일하지만 기업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먼저 임투공제와 고투세는 최고 세액 공제 비율이 모두 6%로 동일하다. 대신 기본공제율은 수도권 밖을 기준으로 5%에서 4%로 축소되고, 고용 규모에 따른 세제 혜택은 1%에서 2%로 확대됐다.

예를 들어 올해 A기업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100억원을 투자하면 기존 임투공제에 따라 5억원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고투제에서는 4%인 4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신 고용증가에 따라 세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고용을 느리면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추가 공제 받으려면 일반근로자를 10명 추가 고용하거나 고졸 근로자를 5명 신규 채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의 근로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중소기업이 고투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경쟁업체들이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상황인데 계속 수작업으로 공장을 운영하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조사통계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중소 제조기업의 총 근로자수는 2009년 208만751명에서 지난해 206만9724명으로 감소했다. 또한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 조사에서도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반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3.5%와 20.6% 감소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적 투자에서 자본집약적 투자로 바뀐 상황에서 고용창출에 대한 세제 우대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직접 고용 창출효과만 보지 말고 간접고용 창출 효과도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B 기업의 설비투자로 인해 자체 고용인원은 늘어나지 않더라도 납품업체의 고용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고용을 창출했지만 이에 따른 혜택은 B 기업이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