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췌도 이식 성공, 당뇨병 완치 가능성 높여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국내 연구팀이 인슐린 등 호르몬 분비 조절로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췌도를 돼지에서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당뇨병 치료의 신(新) 기원이 열렸다.

서울대학교(총장 오연천)는 의대 박성회 교수 연구팀이 돼지 췌도를 이식한 당뇨병 원숭이가 거부반응 없이 6개월 이상 생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췌도(랑게르한스섬)는 인간의 췌장 내부에 존재하는 내분비선 세포 집합체로 인슐린 등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돼지 췌도이식은 현재 학계에서 소아 및 성인당뇨병 환자에게 유일한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구팀은 췌도이식 4개월 후 면역억제제 등 모든 약제 투입이 중단됐음에도 원숭이의 혈당이 6개월 이상 정상치인 평균 83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면역 억제제 투여 중단 이후에도 이식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종이식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8마리 가운데 4마리의 원숭이가 이식 췌도 생존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임상시험 허가 기준도 충족시켰다. 연구팀은 이 원숭이가 앞으로 최소 1~2년 혹은 평생 동안 부작용 없이 정상 당뇨 수치로 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성과가 나온 데는 박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새 면역조절항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대는 ㈜다이노나와 이 항체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사람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함으로써 당뇨병을 완치가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소아 당뇨병은 물론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갖는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도 희망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최신호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향후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 간에 골수이식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