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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느린 길 올레에서 사랑을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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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최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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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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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문의해위원회 주최 '2011제주올레걷기축제'

[편집자주] "길은 내 앞에 놓여 있다. 나는 안다 이 길의 역사를… " 80년대 중반 대학생들이 즐겨부르던 민중가요다. 세상의 모든 길은 제각각의 역사가 숨어 있다. 올레길 또한 제주의 역사와 모진 세월을 견디었던 사람들의 사연을 품에 안고 있다. 때로는 서러운 길이기도 하고 흥이 저절로 나는 기쁨의 길이기도 했다. 길을 걷다 보면 이름모를 꽃들이 수수한 미소를 보내기도 하고 거칠고 용맹한 바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오름에 올라 억새가 부스스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을 감상하고 잔디밭에 누워 흐르는 구름을 보며 마냥 간새(게으름)을 부리기도 한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꼬닥꼬닥(느릿느릿)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평화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억새와 바다 제주는 어디를 둘러봐도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억새와 바다 제주는 어디를 둘러봐도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경쾌하고 느린 자유와 상생의 길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내륙을 횡단해 프랑스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길을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부른다.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 성인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세상 끝으로 불리는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에서 프랑스 파리 혹은 베제라이 등으로 걸었던 고난의 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순례길은 종교적 의미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치유의 길이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엄숙하고 진지하다면 제주에 있는 올레길은 경쾌하고 느리고 자유롭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치유의 길이라면 올레길은 거기에 덧붙여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상생의 길이기도 하다.

제주올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 되었지만 실상 올레길을 제대로 걸어본 코스는 몇 개 되지 않았다. 19코스 어디를 걸어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코스는 6~8코스. 풍경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게 가슴을 친다.

6코스의 시작은 쇠소깍이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웅덩이.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지점에서 올레가 시작되는 것은 어쩌면 이질적인 섞여서 하나가 되라는 염원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보목포구에 길을 돌아서면 작은 상점에 쉰다리를 판다. 할머니는 커피 잔에 쉰다리를 가득 담아서 올레길을 걷는 이들 앞에 놓아두었다. 쌀밥과 보리밥이 약간 쉬기 시작하면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일종의 막걸리인 쉰다리는 야쿠르트에 막걸리가 섞인 듯한 묘한 감칠맛이 돈다.

이중섭 거리를 지나 천지연 폭포 산책로로 이어지는 절경은 언제 보아도 서정적이다. 산책로를 돌아가는데 어디선가 플루트 소리가 가냘프게 이어진다.

제주올레걷기 축제가 시작되면 코스 중간 중간에 음악인 미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예정인데 그 중에 하나인 플루트 연주를 미리 선보인 것이다. 숲속에 청아한 플루트를 들으니 마치 영화 속으로 빠져든 것 같은 묘한 기시감마저 느끼게 한다.

보목 하수처리장을 돌아 하수처리장을 지나면 작은 구릉위에 제주올레 사무국이 보인다. 유명 건축가 김중업의 후기 작품인 사무국 건물은 버섯돌이들이 살았던 동화속의 집처럼 묘한 구조를 하고 있다. 정방폭포 절벽 위에 있어 한 눈에 펼쳐지는 바다와 폭포는 자연이 만들어낸 수채화처럼 절묘하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6코스의 서귀포 칼 호텔. 올레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아름다운 해안의 풍경을 같이 감상하지는 못할 망정 호텔 앞마당에 통행을 금지 시켰다. 아름다움을 다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올레길마저 자본의 위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 뒷맛이 썼다.

▲억새밭과 조랑말의 절묘한 조화
▲억새밭과 조랑말의 절묘한 조화

◆억새와 기암절벽이 주는 자연의 감동
7코스는 외돌개에서 시작된다. 돔베낭길에서 일강정 바당올레를 거쳐 월평마을 아왜낭목까지 가는 제법 긴 여정. 길의 대부분은 해안 올레다. 1년 전 이 길을 걸었을때 최고의 올레코스는 이곳이라고 혼자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언덕도 만나고 해안 길도 있고 수봉로도 있다.

길도 제법 험하고 쉬엄쉬엄 가면 5시간은 족히 가야하는 코스이지만 보이는 경치에 홀려서 다리 아픈 줄 모르고 걷고 또 걸었다. 사실 두머니물과 서건도 해안구간은 길이 너무 험해서 쉽게 가지 못하는 길이었는데 사람들의 알뜰한 손길이 스치면서 제법 걸을 만한 길로 탈바꿈 했다. 바닷길이라 해서 제주말의 바당을 붙여 '일강정 바당올레'로 더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수봉로 또한 올레지기인 김수봉 씨의 각고의 노력이 만든 산물이다. 염소나 겨우 다니던 길을 삽과 곡괭이만으로 계단과 길을 만들었으니 가히 우공이산의 우공에 견줄만 하다.

7-1코스는 중산간 길이다. 위로는 한라산 아래는 제주의 남쪽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논농사 지역을 걷게 되는데 아쉽게도 일정 때문에 걷지는 못했다.

8코스는 바당올레 코스.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로 인해 가다가 자꾸 주저앉는 곳이다. 길을 가야하는데 놓고 가는 풍경이 하냥 섭섭해서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천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절경 주상절리야 두 번 되짚는 것 조차 지면을 낭비하는 것. 오히려 억새가 만들어낸 고즈넉한 풍경이 더 가슴을 친다. 억새는 바람에 제몸을 자꾸만 누이고 억새밭에 숨겨둔 시간이 불현듯 튀어 나온다.

▲박수기정 앞에서 바라본 일몰
▲박수기정 앞에서 바라본 일몰

어느새 바다를 보니 낙조에 비춘 햇살이 조금씩 땅밑으로 머리를 떨군다. 노란해는 가뭇없이 져서 붉은 색이 되고 바닷물에 몸을 헹구니 하늘마저 붉어졌다.

하얏트 호텔에서 해병대 길을 지나 부서지는 해변의 파도와 시원한 용천수가 만나는 논짓물까지 가다보면 조금씩 어둠은 긴 꼬리를 끌고 사람들 뒤로 재빠르게 숨어 든다. 여행의 끝 안덕 계곡 끝자락엔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제주말로 드르)이라 하여 '난드르'라는 마을이 있다.

난드르를 지나 대평 앞바다에 병풍처럼 서있는 절벽 제주말로 절벽은 기정이라 하였으니 이곳이 바로 박수기정이다. 어른거리며 보이는 해녀의 모습은 실재하는 모습인지 환상 속에 보이는 것인지 모른다.

▲8코스 끝에서 만나는 박수기정 해녀의 상징물
▲8코스 끝에서 만나는 박수기정 해녀의 상징물

◆올레 축제와 함께 '사랑하라 이 길에서'
올레꾼들이 사랑하는 6~9코스에서는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2011 제주올레걷기축제'가 펼쳐진다.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위원장 신동빈)가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기념 특별이벤트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사랑하라, 이 길에서(Discover Love on the trail)'다.

(사)제주올레 서귀포시 제주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이번 축제는11월 9일-6코스를 시작으로 하루 한 코스씩을 걸으며 진행된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사람들과의 대화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통해 길에서 사랑을 발견하자는 이번 축제는 풍성한 프로그램이 함께 한다.

모두 참가할 경우 길 곳곳에 마련한 40여 개의 문화 공연 프로그램과 한 코스 당 10여 곳의 야외무대가 마련돼 제주의 자연과 문화에 어울리는 공연을 선보이며 4일 15개 내외의 마을 프로그램 등을 체험하게 된다.

▲조랑말처럼 느릿느릿 간세(게으름뱅이)인형
▲조랑말처럼 느릿느릿 간세(게으름뱅이)인형

제주올레걷기축제는 가장 느리게 걷는 사람이 가장 많은 추억을 가져가는 축제다. 제주올레는 목적지에 이르는 결과보다는 걸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길이기 때문이다. 제주올레걷기축제는 그 과정을 가장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주윈드오케스트라 첼리스트 예지영 제주어 테너 강창오 오보이스트 김성민 거문고 연주자 김정춘과 정하리 일본 '이이무로 나오키 마임 컴퍼니'의 후루타 아츠코 등의 전문 공연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연주와 노래, 무용, 마임 등의 공연을 선보인다.

▲지난해 제주올레걷기 축제에서 선보였던 성산읍 한마음 민요동아리의 공연 장면
▲지난해 제주올레걷기 축제에서 선보였던 성산읍 한마음 민요동아리의 공연 장면

제주올레 길이 지나는 마을의 부녀회에서는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지름떡 귤피차 등 제주의 먹을거리를 내놓는다. 저녁에는 달빛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매일밤 8시부터 9시까지 정방폭포 산책로 야외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이름하여 '간세다리 다모여라' 간세다리란 제주어로 게으름뱅이다. 게으르지만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즐기자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메렝게'춤 배우기 퍼니밴드 사우스카니발 팝페라 가수 임재청 등의 공연이다.

제주올레 축제와 함께 길을 걷고 축제를 즐기다 보면 제주의 가을은 보물처럼 신선한 자유를 선물로 내놓을 것이다.
문의-제주올레 걷기 축제 운영위원회 064)762-2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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