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대사관 "순천향대학병원 부주의로 대사 부인 사망"

(서울=뉴스1) 이명현 인턴기자 =

News1 박지혜 인턴기자

지난 9월 발생한 주한태국대사 차이용 사치파논의 부인 사망사고와 관련해 주한태국대사관측이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입장표명에 나섰다.


타나빗 신하세니주한태국대사관공사(사진)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대사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과 태국 양국에서 형사고소를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신하세니 공사는 9월16일부터 19일 사망까지 사건일지를 정리한 ‘사망에 관한 시간별 기록’ 자료를 기자들에게 나눠준 뒤 상세한 설명을 더했다.

이 자료는 사치파논 대사와 대사관에 근무하는 한국 직원들 진술을 토대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기록된 진술내용에 따르면 9월16일 오전 부인이 복통을 호소하자 대사는 심각성을 예상하고 운전사를 불러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학병원에 부인을 입원시켰다.

당시 병원측은 장폐색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장을 깨끗이 하기 위해 튜브를 구강으로 삽입했다. 그러나 부인은 이날 늦은 저녁까지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문제는 다음날인 17일에 일어났다.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휠체어로 촬영실까지 이동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해 촬영을 위해 일어서지 못했다고 대사관 직원이 보고했다.

병원 측으로부터 촬영실 밖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고 대사관 직원과 부인이 대기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부인이 쓰러졌는데도 병원 측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직원이 직접 부인을 입원실로 데려갔다.

대사관측은 이 때 부인의 심장정지가 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입원실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에게 알렸고 병원 내 응급상황 방송으로 의료진이 입원실로 들어왔다.

이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뒤 부인을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신하세니 공사는 "부인 상태는 17일 엑스레이실에서 입원실로 이동하는 사이에 시간이 경과하면서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병원측의 무관심한 태도와 의료 과실로 인해 부인 상태가 악화됐는데도 의료진들은 엑스레이실에서 입원실 이동시간 동안 부인을 방치했다고 주장한다.

신하세니 공사는 "진술내용 자료를 보면 당시 병원측 의료진 등은 아무도 없어 대사와 대사관 직원이 직접 부인을 옮겨야 했다"며 "입원 이틀째인 17일 발생한 일들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인 시신에 대한 부검은 태국 출라롱콘(Chulalongkorn)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사관 측에 따르면 현지 담당 의료관은 뇌의 산소 부족과 응급처치 결여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순천향대학병원 공문에는 부인의 사망 사유를 ‘자연사’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인이 사망하자 사치파논 대사는 9월22일 신병준 병원장과 유병욱 국제진료소장, 관계자 등에 대해 용산경찰서에 고소하고 조사를 의뢰했다.

신하세니 공사는 이날 "한국뿐 아니라 태국에서도 형사고소를 제기해 국제적인 사건으로 조사를 진행토록 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건은 개인을 상대로 하는 소송으로 한국과 태국 양국간 관계에 마찰이 없기를 바란다"고강조했다.

신하세니 공사는 "순천향대학병원과 외교통상부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용산경찰서에서도 아직 수사 중으로 별다른 말이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언어의 장벽은 작은 문제일 수있다"며 "부인을 순천향대학병원으로 데리고간 이유는 거리가 가장 가까워서인데 만약 다른 병원으로 갔다면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한태국대사관의 기자회견 주장에 대해 순천향대학병원측은 "현재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사고 당시 병원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태국 현지에서 진행한 시신 부검에서 사인이 장폐색으로 나왔다"며 "우리 병원측 의료진 2명도 현지 부검에 참관한 만큼 앞으로 검찰조사에서도 성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