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돈 찍어내자는 말은 그만..우리도 할 말 있다"

유로존 위기가 핵심 중의 핵심, 프랑스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해결사로서 독일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가장 손쉽고 빠른 유로존 해법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찍어내 회원국 국채를 매입해주는 물량 공세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인플레이션과 ECB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독일의 반대에 막혀 있다.

독일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유로존 나머지 회원국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독일이 귀도 베스터벨레 외교장관을 통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베스터벨레 장관은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ECB가 돈을 찍어내 위기국을 지원하는 것은 반대하며 재정긴축과 성장을 위한 경제 개혁, 더 긴밀한 유로존 통합을 위한 유럽연합(EU) 조약 개정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베스터벨레 장관의 기고문 전문이다.

◆유로존은 EU의 척추, 절대 깰 수 없다
유럽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테스트에 직면해 있다. 채무위기는 경제적, 통화적 동맹의 모든 균열, 일부 국가에서 10여년간 쌓여온 공공부채와 경쟁력 부재, EU의 조약상 결함 등을 잔인하게 노출시켰다. EU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아직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유로존을 깨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있다. 유로존 분열이 실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로존은 EU의 경제적 척추다. 유로존의 안정은 비(非) 유로존 국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로존의 훼손은 세심하게 추진해온 정치적 프로젝트로서 유럽의 존재를 위험에 빠뜨리며 21세기 새로운 세력 구도에 유럽의 가치와 이해가 반영되도록 하는 기회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유로존의 안정은 EU 27개 회원국 모두, 특히 경제적 긴밀도가 극도로 높은 영국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 해결책을 발견하기 위한 시간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유럽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3가지가 시급하게 해결돼야 한다.

◆ECB가 나서면 초인플레와 개혁 포기만 남을 것
첫째는 즉각적인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필요한 개혁안을 채택해 시행해야 한다.

긴급한 만큼 유로존 국가들과 은행들은 위기의 전염에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위원회(EC)가 민간 부문에 대해 이미 내린 결정, 즉 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자금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구제 메커니즘(기제)의 효율성은 그 구제 메커니즘의 토대가 되는 경제의 건전성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각 국가가 즉각적이고 철저한 개혁으로 신뢰를 회복할 때만이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통화 안정성을 희생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유로존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중대한 실수이다. ECB가 돈을 찍어내는 과정을 시작한다면 단기적으로 약간의 위안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핵심적으로 중요한 개혁에 대한 인센티브 소멸이라는 대단히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결국 (ECB가 돈을 찍어내 위기를 해결하면) 평가 절화된 통화(유로화)와 (이로 인해) 더욱 불안정해진 유로존만이 남을 것이다. ECB의 독립성과 가격 안정에 대한 확고한 헌신은 유럽 경제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성장 분야로 단일시장 확대..성장전략 수립하자
둘째, 우리는 경쟁력과 성장을 위한 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단일시장을 에너지와 정보기술(IT)과 같은 성장하는 분야로 확대하고 좀더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EU 예산에서 혁신과 교육, 연구개발에 더욱 중점을 두는 것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경제 및 재정정책은 더욱 긴밀하게 조율돼야 한다. 또한 EU의 구조적 기금들은 경쟁력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셋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통화동맹을 더 안정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건전한 국가 예산 수립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의 강박관념이 아니다. 건전한 예산 수립은 유럽 전체의 이해에 부합한다. 이에 대한 자발적인 노력과 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우리가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개선하려면 EU 조약 개정을 피할 수 없다.

◆더 긴밀한 연합 위해 EU 조약 시급히 개정해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유로존은 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끝내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시장에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는 12월 EC 회의에서 우리는 제한적인 조약 개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약 개정의 목표는 경제적, 통화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 이상도 아니지만 결코 그 이하도 아니다. 조약 개정을 승인하는 과정은 앞으로 자동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유로존 국가들의 예산과 관련해 유럽 차원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문제를 극복하려면 더 엄격한 경제적 감독 구조와 안정화 협정을 통한 더 엄격한 규율을 통해 유로존을 더 깊게 통합할 필요가 있다. EU 내에 분열을 조장하지 않고 이 일을 이뤄내는 것이 도전적인 과제이다.

이것이 불가능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EU 전체적인 결합을 보장하는 방법들이 있다. EU 조약 개정이 힘겹고 어려워 보일지 몰라도 이것이 유로존과 나머지 EU 회원국들의 단절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로존 17개국 회원국과 나머지 EU 회원국들 사이에 더 투명하고 긴밀한 연합은 결속력을 지지할 것이며 단일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을 지원할 것이다. 유로존에 제한된 분리된 조약 개정은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

조약 개정은 상당한 정치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일을 지금 시작하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유럽은 영원히 위기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