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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선진국도 포기한 '최저가낙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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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성일 건설부동산부 부장
  • 2011.11.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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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당시 소위 '잘나가던' 중견 건설기업 A사가 돌연 부도를 냈다.

기업경영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도 없이 곧바로 파산절차를 밟고 공중분해됐다.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서울 강남 일대에서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며 승승장구했다. 잘 나갈 때 흔히들 발생할 수 있는 기업주의 모럴헤저드도 눈에 띄지 않았다.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A사는 부도시점의 2년 전부터 공공기관이 발주한 아파트공사를 중심으로 무려 11건의 최저가낙찰제 공사를 수주했다. 대부분 낙찰률이 60%대였다.

통상 공공기관이 발주한 아파트 건축공사의 경우 예정가격이 다른 공사에 비해 낮아 낙찰률이 80% 이상이어야 손실이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결국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수주함으로써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유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50위권이던 B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최저가로 발주한 아파트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어려움을 겪다 부도를 맞았다.

아파트 공사뿐 아니라 토목이나 일반건축공사 역시 최저가 낙찰로 인해 고통받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 중견기업인 C건설은 2006년 이후 각각 65% 내외의 낙찰률로 도로와 건축공사 등을 수행해 오다가 부도처리됐다.

이들 업체의 공통적인 부도 원인은 무엇보다 낙찰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최저가제의 특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부분 60%대를 넘지 못하는 낙찰률로 공사를 수행하다보니 기업 운영에 한계가 오고 결국 부도를 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저가낙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덤핑입찰 방지를 목적으로 최저가낙찰제에 저가심의를 도입했지만 2010년 말 기준으로 평균 낙찰률은 발주기관이 제시한 설계가격의 73% 수준에 머무는 등 여전히 공사 원가에도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이쯤되면 "굳이 저가로 낙찰받을 바엔 차라리 입찰에 나서지 마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생각이다. 건설산업은 멈추면 쓰러진다고 해서 '자전거산업'이라고도 한다.

즉 공사 수주가 이어지지 않으면 업체는 존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최저가공사 수주업체는 대부분 다른 공사를 수행하면서 손실을 보전해왔지만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발주 부진으로 다른 분야에서조차 수익 확보가 어려운 구조로 바뀌면서 경영악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이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공공공사 의존도가 평균 20%대 초반인 대형업체보다 의존비중이 40%대 중반으로 2배가량 높은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고통이 커질 공산이 크다.

실제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2008년 계약실적을 기준으로 최저가낙찰제 대상이 되는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 비중은 50.9%지만 이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발주물량의 69.4%가 대상이 되는 등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공사 수주에 목말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업체들이 입찰에 대거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과당·출혈경쟁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낙찰률이 더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최저가낙찰제 확대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원도급자보다 하도급자, 수도권 기업보다 지방기업의 피해가 더욱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상생과 약자보호를 주장해온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배치된다.

산재사고 위험성 증가와 함께 이미 조달청을 통해 드러났듯이 입찰 과정에서의 편법·위법·탈법행위가 늘어날 공산도 크다. 사실상 기업들의 범법행위를 유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예산절감 효과가 없고 시공품질에 문제가 많아 포기한 제도로 평가받는 최저가낙찰제. 정부는 무조건적으로 예산절감을 내세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받는 제도를 강행하기보다 선진국처럼 '최고가치낙찰제도'(Best Value)를 도입하거나 과다설계 시정, 시공방법 개선 등과 같이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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