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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 페이스북 만든 실리콘밸리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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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미국)=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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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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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가정신 현장을 가다]<1>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편집자주] 벤처창업은 청년 취업난을 타개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또한 소득 3만달러에 진입하려면 한국은 혁신이 절실하다. 벤처창업과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확산돼야 하고, 이를 장려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기업가정신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와 벤처창업으로 금융위기 후유증을 극복하려는 뉴욕, 벤처창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중인 중국 등의 사례를 통해 기업가정신이 꽃필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지 10회에 걸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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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캠퍼스'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구글 본사의 점심시간. 햇빛 좋은 테라스에서 직원들이 점심을 즐기고 있다. 구글 등 대기업의 유연한 조직문화, 대기업 직원이면서도 창업을 열망하고, 그 창업으로 대기업과 함께 성장하려는 직원들이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힘이다.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구글의 전자책(e-book) 사업인 구글북스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기현 프로덕트 매니저(PM·38)는 실리콘밸리의 강점을 묻자 한 동료의 사례를 소개했다. "2006년 같이 입사한 동기인데, 어느 날 '모바일 광고회사를 만들려는데 함께 나가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땐 거절했는데 이 친구가 만든 회사가 바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애드몹(Admob)이에요. 애드몹은 작년 7억5000만 달러(약 8600억원)에 구글에 매각됐고, 이 친구도 직원들과 다시 구글로 들어왔죠. 그러다 3달 후에 소셜게임 회사를 하겠다면서 다시 회사를 관뒀어요. 언제 구글에 매각하고 다시 입사할지 모르죠."

기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애플 구글 시스코 오라클 등 세계적 기업을 배출한 실리콘밸리의 강점을 한마디로 '에코시스템(생태계)'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초기기업)이 만들어져 성장하면 대기업들은 제 가격을 주고 인수하면서 이들과 공생한다. 한쪽에서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하고 사라지지만, 다른 쪽에서는 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한다. 대기업 직원들도 나가서 도전하고, 대학생들도 도전한다. 실패해도 또 도전할 수 있고, 도전해서 성공하면 또 다른 아이디어로 도전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투자자가 돼서 후배들을 키우고, 후배들 역시 성공하면 그런 경로를 밟는다.

정 PM과 황승진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59), 해외 창업가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는 'US MAC'의 알프레도 코폴라 센터장,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 가운데 하나인 블루런벤처스의 윤 관 대표(36) 등에게 실리콘밸리 에코시스템의 특징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정기현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PM), 알프레도 코폴라 US MAC 센터장, 황승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윤 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왼쪽부터 정기현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PM), 알프레도 코폴라 US MAC 센터장, 황승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윤 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자고 일어나면 한 건씩 터지는 M&A
구글만 해도 그 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다. 유튜브, 더블클릭, 안드로이드, 그리고 모토로라에 이르기까지. 정 PM은 "직접 만드는 것보다 인수를 하는 것이 기술과 인력 확보가 더 빠른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구글이 주변의 생태계를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은 벤처투자 후 자금회수 방식 중 M&A가 90%이지만, 한국은 기업공개(IPO)가 95%를 차지한다.

정 PM은 또 "구글의 소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PM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나가서 창업을 하고, 구글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열망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선순환을 꿈꾸는 것이 이 동네 사람들의 생리"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것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기업을 나가고, 다시 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이었다. 단지 쉽게 자를 수 있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윤 관 대표는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많이 인수하고, 대기업 직원들이 나와서 창업을 하기 때문에 자본과 인력이 선순환된다"며 "대기업들이 그 주변의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받쳐주는 문화가 바로 이곳 에코시스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이동도 잦고, 자본의 이동도 잦은 것, 이것이 바로 이곳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황승진 교수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각각 노키아와 에릭슨이 주춤하자 나라가 흔들리는 것도 에코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위기에 취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엔젤과 벤처캐피탈이 만드는 생태계
실리콘밸리 예비 창업가들은 '엔젤리스트(//angel.co)'와 같은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사업분야와 진행단계별에 따라 투자자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최대관심은 투자를 받냐 못받냐, 혹은 투자규모가 얼마인가가 아니었다. '누구의' 투자를 받느냐가 이들에겐 더 중요했다. 이곳에서 투자자는 돈만 대는 사람이 아니라 경영을 가르쳐주고, 개발자를 연결해주고, 자신의 네트워크를 소개해주고, 홀로서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양육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스타트업 뒤에는 늘 훌륭한 투자자들이 있고, 이들은 생태계 순환의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윤 관 대표는 "이 곳 투자자들은 자신의 네트워크와 지식을 총동원해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익을 내라고 닦달하지 않는다"며 "갑(甲)으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함께 키워가는 파트너로 스스로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명 투자자의 사무실 근처는 투자자를 만나려는 젊은이들로 늘 북적댄다. 코폴라 센터장은 "실리콘밸리에는 '엘리베이터 피치'라는 말이 있다. 길거리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20초 안에 투자자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게 거의 일상사"라며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면 이후 상세한 설명을 하고 투자를 받고,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패도 스펙이다
실리콘밸리의 웬만한 카페는 아침 8시만 넘어도 자리잡기가 힘들다. 20, 3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과 로고가 그려진 맥북을 꺼내놓고 작업을 하거나, 사업계획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며 거의 한 나절을 카페에서 보냈다. 우리나라로 치면 영락없이 취업 못한 '백수'들의 일상사이지만, 우리나라 백수와는 '질'이 달랐다. 카페를 점령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구글, 시스코, 오라클 등에 다니다 창업한다고 뛰쳐나온 사람들, 창업을 위해 휴학한 대학생들, 창업을 위해 팀원들과 머리를 맞댄 사람들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은 미련 없이 대기업을 뛰쳐나오고,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실패가 개인의 중요한 포트폴리오로 평가되는 문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코폴라 센터장은 "이곳에서는 수십만 달러 연봉자보다 비록 실패했어도 10명 남짓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운영해본 사람을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며 "제대로 실패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좀더 재미있고 멋진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모두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관 대표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의 경험도 레주메에 기록하고, 리쿠르트 때도 이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물어본다"며 "단순히 성공했냐, 실패했냐 그 자체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냐를 더 중요하게 인식한다"고 말했다. 실패도 자산으로 평가해주는 문화가 이곳에서는 사회안전망과 같은 복지시스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문화가 생태계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10%의 기술과 90%의 라이프스타일
황승진 교수는 "이곳에서 기업가정신(앙트러프러너십)이라 함은 수익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자세인데, 이때 새로운 가치는 10%의 기술과 90%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술에서 중요한 것도 하나의 위대한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기술들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들을 조합해 진전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새로운 가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실리콘밸리가 이처럼 전세계 새로운 가치의 시작과 끝이 될 수 있는 바탕은 이민자들도 쉽게 섞일 수 있는 유연한 라이프스타일과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의 말처럼 실리콘밸리의 밑바탕은 사람과 사람들이 만나는 방식, 즉 문화에 있는 듯했다. 대기업 오너, 엄청난 부자들의 생활방식도 이곳에서는 평범했다. 스탠퍼드대 정문 근처의 한 거리에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주 간다는 맥주집, 스티브 잡스가 자주 다녔다는 일식집, 잡스가 구글이 애플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항의하기 위해 에릭 슈미트와 약속해서 만났다는 카페 등이 5분여 거리에 다 몰려있었다. 공통점은 서울의 대학가 음식점보다 나을 게 별로 없었다는 것. 창업을 위해 2009년 3월에 실리콘밸리에 왔다는 신재환씨는 "이곳에서는 저커버그 같은 유명인들을 길을 가다가, 혹은 맥주집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며 "CEO들의 정서가 일반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격의 없이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것, 이것이 창의성이 나올 수 있는 힘 같다"고 말했다.

구글과 같은 대기업 조직문화도 달랐다. "구글에서는 어젠다도 없이 일단 모이고 보자는 식의 회의가 없고, 퇴근 안한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것도 없어요. 중요한 M&A를 빼면 모든 직원이 정보를 공유하죠. 정보를 알면 알수록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거죠. 에릭 슈미트도 구내식당에서 같이 줄서서 자주 밥도 먹습니다. 매주 1차례 열리는 앤디 루빈 부사장 등 최고 임원들과 직원들간의 강당간담회에서는 '식당밥이 예전만 못하다'는 등 사소한 얘기들도 다 나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일하는 시간은 더 적으면서 생산성은 더 높은 거죠. 유연한 문화의 힘 아니겠습니까"

실리콘밸리(미국)=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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